전쟁·테러·해킹등 통신장애
상상 초월할 대형사고로 이어져
초 연결사회 시스템관리 만전을

▲ 김의창 동국대 정보경영학과 교수

BC 3세기 로마제국은 8만㎞나 되는 도로를 건설했다. 대로(大路)를 건설한 것은 세계로 뻗어나갈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였지만 외세침입을 용이하게 하는 문제점도 있었다. 도로의 위험성을 인식하면서도 로마제국은 긍정의 마인드로 도로를 건설했다.

로마제국이 세계를 지배한 것은 전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들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도로와 광장이 만들어지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사람들이 모이니까 교육기관과 상권이 형성되어 다양한 가치들이 생성되었다. 현대에서는 이런 도로를 연결성(Connectivity)이라고 부르며, 이러한 생태계를 플랫폼(Platform)이라고 부른다. 연결성 사회에서는 지식과 권력 그리고 부(富)를 소수가 독점하기 보다는 연결성이 강화된 집단이나 개인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플랫폼은 유선에서 무선으로 연결하는 시대로 전이 되었다. 공동으로 공유했던 전화, 신문, TV, 라디오, 카메라 등 기기들이 통합된 스마트 폰으로 수렴되었다. 스마트 폰은 이제 전화기가 아니고 종합 플랫폼이 된 것이다.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가 되면서 연결성은 확대되었고, 고도화되었으며, 속도도 수십 배 빨라졌다. 또한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물 그리고 사물사이도 연결되면서 지구상 모든 객체가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사회가 되었다. 5G와 사물인터넷이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모든 사물들이 거미줄처럼 인간과 연결되고, 센서 기술과 데이터 처리기술의 발달로 많은 데이터들이 수집되면서 개인을 둘러싼 네트워크는 점점 더 촘촘해졌다.

지난 달 서울 아현동의 KT지사에서 발생한 통신구 화재사고는 서울의 서대문·마포·용산·중·은평구 등 5개 구와 경기도 고양시 시민들의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유·무선 전화 통화나 IPTV시청 같은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식당·커피숍의 카드결제, 현금지급기 사용, 병원 내 환자진료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차질이 빚어졌다. 특히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청·소방청·국방부의 일부 통신까지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작은 지사에서 발생한 사고가 이틀 동안 경기도와 서울의 북부지역을 마비시킨 것이다.

5G 시대에는 자율자동차, 드론(Drone), 자율로봇 등의 상업적 활용이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 건물, 가전기기 등 모든 것이 네트워크에 연결돼 스스로 작동하게 되는데, 예고 없는 통신장애가 상상을 초월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2040년 여름 서울의 한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거나 서버가 해킹을 당했다고 가정해보자. 전국에서 운행되는 수백만 대의 자율자동차들이 통제권을 잃어버리고 서로 충돌해 차가 파손되는 것은 물론 수백만 명의 승객들이 사상을 입을 것이다. 관재시스템의 고장으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와 드론들이 땅으로 추락하면서 대형화재도 동반한 것이다. 관공서는 기능을 상실할 것이고, 은행과 증권사의 역할도 중지되어 국가적으로 경제는 마비될 것이다.

5G시대에는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선 기지국과 기지국을 연결하는 광케이블도 더욱 촘촘해질 수밖에 없다. 통신기술 발전과 함께 전쟁, 테러, 자연재해 그리고 해킹이 발생하는 등 안전과 보안에 취약점은 늘 도사리고 있다. 물리적 안전이나 정보보안이 붕괴되면 과거보다 크고 광범위한 피해가 생길 것이다. 정부는 통신망의 물리적 안전이나 정보보안에 보다 엄격한 법규를 적용하고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그렇다고 규제 강화만 하다가 더 큰 손실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지혜도 발휘해야 한다.

연결이라는 건 큰 시대적 흐름이다. 기원전부터 인류는 연결을 통해 발전해왔다. 앞으로도 초 연결시대는 좀 더 촘촘해질 것이다. 연결의 시대에 순응하지 못하는 국가와 민족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또한 초 연결사회에서 시스템 관리가 허술한 국가와 민족 역시 큰 재앙을 맞을 것이다.

김의창 동국대 정보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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