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 때면 언론사와 행정기관들이 앞다투어 10대 뉴스와 베스트 행정을 뽑는다. 언론사들은 행정기관의 잘잘못에 상관없이 독자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끈 ‘핫한’ 뉴스를 중심으로 상위 10개를 고른다. 사건사고가 상위에 오르는 해도 있고 행정 성과가 1위를 차지하는 해도 있다. 행정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베스트 행정을 뽑는다. 잘된 행정을 가려내 스스로를 칭찬하는 것이다.

언론사들이 선정한 10대 뉴스와 행정기관이 뽑은 베스트 행정이 겹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역유력 언론사의 10대 뉴스 1위와 자치단체 베스트 행정 1위가 같을 경우 그 도시의 한해는 조금 더 행복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론과 시정이 한방향으로 움직였을 뿐 아니라 일년내내 매우 긍정적인 뉴스가 여론을 끌고 왔다는 것의 방증(傍證)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에서도 그런 해가 있었다. 2008년 언론사가 선정한 10대뉴스와 베스트 행정은 한목소리로 태화강생태공원 조성을 꼽았다.

올 한해 울산시의 시정 베스트 5위는 △울산도서관 개관 △태화강 정원박람회 및 울산대공원 장미축제 △시민신문고위원회 출범 △울산국가산단 지하배관 통합안전관리센터 유치 △고등학교 무상급식 전면 실시가 선정됐다. 모두 시민들의 삶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올해 완료됐거나 첫시도된 행정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오래 공들인 행정의 성과라기 보다는 정치적으로 단숨에 만들어진 것이거나 수년에 걸쳐 해온 일의 당연한 결과인지라 베스트 행정으로 꼽기에는 뒷맛이 씁쓸하다. 사실상 올 한해는 6월 선거에다 20여년만의 정권교체를 겪은 터라 온전히 작동한 한해라고 하기는 어렵다. 진정한 베스트 행정을 만들어내기는 힘든 한해였던 것이다.

본보가 뽑은 10대 뉴스는 △지방선거 민주당 석권 △첫 진보교육감의 교육정책 변화 △탈울산, 인구 36개월째 순유출 △38일간의 폭염특보 △실업률 고공행진 △현대중공업 해양공장 35년만에 가동중단 △울산시립도서관 개관 △검경갈등 빚은 고래고기 환부사건 △테크노산단 완공 △현대중·현대차 노사갈등이다.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확연히 드러내는 뉴스들이 단연 많다. 행정의 성과 중에는 역시 시정 1위로 꼽힌 시립도서관 개관이 들어 있다. 반면 테크노산단 완공은 베스트 행정에 들지 못해 더 눈길을 끈다. 테크노산단에는 국내에서 보기드문 새로운 시도인 산학융합지구가 있다. 울산대와 유니스트 울산과학대와 연구원, 중소기업들이 이곳에 모여 울산의 미래를 위한 4차산업혁명을 일구어 가고 있는 중이다. 내년말에는 산학융합지구에서 터진 ‘대박’이 베스트행정이자 10대뉴스의 1위로 꼽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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