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푸른학교 초등과정 14명
글 몰라 힘들었던 사연 담아

▲ 그림책 <흰머리 소녀들의 합창>

60~80대 할머니들이 그림책을 냈다. 뒤늦게 배운 글로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색연필로 손수 그린 그림을 삽화로 사용했다.

<흰머리 소녀들의 합창>은 가난과 성차별 등으로 학령기에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할머니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인문해교육전문기관인 울산푸른학교(교장 이하형) 초등과정 할머니들이 울산시평생교육진흥원의 역량개발사업을 통해 그림책의 저자가 된 것이다.

14명 할머니들은 글을 몰라 막막했던 심경들을 글과 그림으로 털어놓는다. 은행 가기가 무섭다는 이야기부터 초등과정 졸업 후엔 중학교에 가고싶다는 소망까지 다양하다. 울산지역 약 3만명에 가까운 비문해자(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용기를 전해주기 위해서다.

이석운(87) 할머니는 ‘내나이가 어때서!’에서 ‘학교에 가도 내가 나이가 제일 많고, 인형극을 하러가도 내 나이가 제일 많다. 이 나이에 나처럼 즐겁게 사를 사람도 드물거다’라고 했다.

4~11월 8개월간 수업을 진행해 출간까지 마무리한 이미숙 지도교사는 “글을 배우고 책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느꼈을 감동과 삶의 활력을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았다”고 말했다. 그림 지도에는 정미경씨가 참여했다.

한편 울산푸른학교는 2005년 개교 이래 해마다 약 100여명의 늦깍이 학생들이 입학하고 있다. 이 곳에서 운영하는 초등학력인증 문자득교육 프로그램(3년과정)을 이수하면 초등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교육문의 276·2088.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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