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없는 ‘월드뮤직’ 폐지에

기존 축제 대표행사 짜깁기로

시민·단체등 참여중복 불가피

재단 “킬러콘텐츠 되도록 노력”

▲ 울산문화재단이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사진)을 없애고 ‘울산아트페스티벌’을 새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역대표공연축제가 공개적인 토론이나 의견수렴없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에 대해 지역문예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있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이 없었다.’

‘뚜껑을 여니, 별게 없는것 같다.’

그 동안 궁금증을 자아내던 울산아트페스티벌 추진계획안이 지난 3일 울산문화재단 간담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본보 1월4일 14면 보도)됐다. 하지만 내용을 접한 지역 문화예술계와 지역문화에 관심많은 시민들 반응은 대부분 위와 비슷하다. 송철호호(號)가 내세운 첫 축제인만큼 9월 개막 전까지 지역민의 구미를 충족시킬 아이템 확보와 여론수렴에 좀더 머리를 싸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산아트페스티벌’은 송철호 울산시장이 당선 이전인 선거운동 기간부터 공표했던 문화공약 부문 핵심 아이템 중 하나였다. 당시 송철호 캠프는 가칭 울산아트페스티벌에 대해 ‘지역 곳곳에 산재한 음악축제를 통합 해 울산 전역에서 약 2주간 진행되는 대규모 울산아트페스티벌을 기획, 지역축제 브랜드를 키우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지역 문예계는 송 시장 당선이후 지난 6개월 간 베일에 싸여있던 ‘울산아트페스티벌’의 추진일정과 사업규모, 세부프로그램 등을 두고 새로운 지역축제의 탄생을 고대해 왔다.

하지만 울산시로부터 사업을 넘겨받은 울산문화재단은 축제구성에 대해 △거리예술공연 △시민참여퍼레이드 △버스킹 △부대체험행사 등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를 접한 문예계 인사들은 기존 울산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들을 아트페스티벌 안에서 짜깁기 하는 것일 뿐 새로운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하기에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우선 개별 프로그램으로 소개된 ‘버스킹’과 ‘거리예술공연’은 그 의미가 같은 것으로, 내용과 참여단체의 중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참여퍼레이드 역시 고래축제와 처용문화제 등 기존의 지역축제에서 동선과 규모만 달리하며 자주 선보였던 축제의 형식으로, 획기적인 퍼레이드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동원된 주민과 예술인의 행렬일 뿐이라는 기존의 비평을 고스란히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민참여의 비율을 높이겠다는 재단의 설명에 대해서도 지난해 처용문화제 기간에 추진하려했던 생활문화(예술) 동호회 페스티벌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시민들의 화합과 문화향유에서는 효과가 있을 지 모르지만, 울산아트페스티벌을 시민과 관광객을 두루 만족시키는 울산대표축제로 성장시키겠다는 애초의 발표에는 내용이나 규모가 미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역 문예계는 10여년 이상 울산대표 공연예술축제로 성장해 온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을 울산문화재단이 공개적인 담론이나 논의과정도 없이 한 순간에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다.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은 월드뮤직을 내세워 울산에서 가장 먼저 시도한 전국 최초의 음악축제였고, 이후 월드뮤직의 폭발적인 대중성에 눈을 뜬 타 지자체가 뒤늦게 후발주자로 나서며 비슷한 명칭의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축제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자는 취지도 좋지만 이같은 지역문화사의 의의나 과정에 대한 객관적 평가없이 이전의 문화행사를 무조건 백지화 하는 건 문제라는 이야기였다.

한편 울산문화재단은 울산아트페스티벌에 대해 “시민 참여형 축제로 9월에 개최 예정이며 현재 방향수립 중”이라면서 “기획력을 강화해 울산만의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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