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정 영화감독 공연영상산업정책연구소장 대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

1995년 지방분권화 이후 각 지방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문화정책의 일환으로 다양한 축제를 유치하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교육·경제수준의 향상 및 여가시간의 확대에 따라 대중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적 욕구 충족을 필요로 하게 됐고,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문화아이콘을 통해 오락적 기능이 강조됐던 대중문화는 오락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고급 대중문화예술로 변모했다. 특히 1998년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 ‘쉬리’의 흥행으로 대중의 영화체험에 대한 욕구가 급증하면서 축제는 영화제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영화제는 이미지 마케팅과 장소 마케팅의 융합으로 지역 브랜드화에 기여하는데, 이미지 마케팅은 추구하는 이미지 자체를 상품화하는 것이고, 장소 마케팅은 지역의 문화적 요소들을 활용해 공간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도시를 상품화하는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국가 및 지역개발이 굴뚝공장을 통한 성장위주의 단기적 성과를 강조했다면 21세기를 전후로 문화·역사·관광자원 및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콘텐츠를 통한 장기적 성과에 집중하게 됐다. 이는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 변화의 시대적 배경과 지방정부의 지역 이미지 제고라는 현실적 측면이 반영된 것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랜 전통의 국제영화제는 1932년 시작된 베니스영화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재건 사업의 일환으로 유럽에서 다양한 국제영화제들이 출범하면서 1960~70년대에 세계적으로 영화제 개최가 유행했다. 국제영화제는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이나 기반시설 투자보다 상대적으로 실행이 쉽고 비용이 적으며, 지속적이고 다양한 창구산업효과가 있는 대안적 문화예술활동이다.

또한 국제영화제는 일반대중, 영화인, 지방정부 및 공공기관 등 주요 이해 당사자들의 욕구와 기대가 충족된다. 대중은 다양한 영화 관람 및 영화인과 만남의 기회를 가진다. 영화인들은 교류를 확대하고,프로젝트 발굴과 작품 프로모션 가능성이 높다. 또 지방정부 및 공공기관은 문화 다양성 증진과 직·간접적 경제 파급과 도시 브랜드 프로모션의 효과가 있다.

세계적 국제영화제 도시인 부산, 상하이, 칸은 특히 롤모델이 되고 있다. 영화제 이전 부산은 ‘항구도시’ 이미지가 강했고, 상하이도 ‘공업도시’로서 문화활동이 미비했으며, 칸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도시 황폐화로 문화적으로 피폐한 상태였다. 부산은 지방분권화 시대가 시작된 다음 해인 1996년, 상하이는 홍콩 반환과 중국 최초 영화상영 100주년을 목전에 둔 1993년에, 그리고 칸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다음 해인 1946년에 지역활성화 전략으로 영화콘텐츠라는 자원을 선택해 국제영화제를 개최했다. 그리고 이제 부산은 영상도시로, 상하이는 문화도시로, 칸은 영화제 도시로 유명세를 얻으며 관광산업과 영상산업 활성화로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부산은 매년 1만여 명의 국내외 영화인과 20만여명의 관객이 방문하고,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536억원으로 추산된다.

선사시대 유물인 반구대암각화에서 출발한 울산의 정기는 신라시대의 대왕암에서 조선시대 선바위를 지나 현재 태화강의 기적에 이르고 있다. 역사도시라는 이미지 마케팅, 국제 수준의 영화제가 개최되는 문화도시라는 장소 마케팅은 언어와 문화를 불문하는 초월성, 접근의 용이성, 제작·확산의 보편성이 전제되는 영화·영상이라는 콘텐츠와 융합해 울산의 문화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울산국제영화제는 타당성을 가진다.

울산의 얼과 혼을 오롯이 담은 국제영화제를 통해 울산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문화예술 향유 수준을 높이기 위한 울산국제영화제의 몇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 울산의 문화·공간·인적 요소를 활용한 지역활성화 전략이 잘 세워져야 하고 둘째, 울산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영화제로서의 공인자격을 갖춰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수의 영화인들만의 잔치가 아닌 울산시민이 주체가 되는 축제여야 한다. 영화 관련 교육 및 참여의 기회로 울산시민이 주체가 됨과 동시에 체계적이고 신중하며 전문적인 준비과정을 거친다면 울산국제영화제는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울산의 브랜드가 될 것을 확신한다.

이민정 영화감독 공연영상산업정책연구소장 대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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