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발 의원추태’…울산 시구군의회 해외연수, 이대로 괜찮나
(하)결과보고서도 부실…폐지 목소리 비등

위원회별 보고서 ‘무임 승차’
베껴쓰기 논란등 제재도 없어
행안부, 의원 셀프심사 차단
부당지출 환수등 규칙 권고
의원들 자정노력 없으면 허사

경북 예천군의원들의 해외연수 추태에 대한 여파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울산에서도 시의회를 비롯해 의원들이 시민혈세로 관행적으로 떠나는 해외연수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연수를 의원들의 ‘특권’이라고 하는 이유는 울산시의회 7150만원 등 의원 자신들이 쓸 연간 2억3800만원(울산 시구군)의 예산을 스스로 심의해 삭감될 일이 없는데다 ‘시민혈세’인데도 해외연수의 필요성이 있든없든 ‘편성된 예산이니 쓰고보자’는 인식이 관행화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연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거나 외유성으로 비춰지더라도 계획서가 무사통과되고, 연수이후 부실 결과보고서를 내더라도 아무런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연례행사가 된 의원 해외연수를 폐지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해외연수 사전·사후검증 부실

울산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과 관광 활성화 방안 등을 찾겠다며 이스탄불을 포함한 터키 일원으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연수 일정에는 수몰 암각화가 발견된 아디야만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카파도키아 등도 포함돼 있다. 울산시의회 운영위원장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의원공무국외활동심사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은 시의회 차원에서 애초부터 찾을 수 없는 사안이다. 지금까지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을 몰라서 방치한게 아니라 울산과 경북·대구 등 지방자치단체간 물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게 방치의 가장 큰 이유다. 행자위가 암각화 보전대책을 찾겠다며 세운 해외연수에 대해 당시 심사위원회는 ‘반구대 암각화 대책 방안을 찾아 정책에 반영시켜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내며 허락했다. 결과적으로도 행자위는 ‘(터키 아디야만 암각화 보존방안을)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으로 접목시키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결과보고서를 냈다.

앞서 환경복지위원회는 지난 9~10월 4박6일 일정으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녹지공원 등을 둘러보고 해외연수 보고서를 내놨는데 당시 수준 이하 보고서로 논란이 됐고, 최근에는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학생들이 냈던 ‘싱가포르의 녹지 정책과 분포의 특징’(2015년)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 일부를 그대로 베낀 사실이 알려져 재논란을 빚은 바 있다.

◇무임승차 가능한 연수보고서

의원 해외연수는 혈세로 다녀오지만 아무런 목적 없이 관광만 하고 돌아오더라도 무방한 시스템이다. 지난해 시의회가 내놓은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를 보면 산업건설위원회를 제외하곤 의원 개인별 의견을 기명으로 달지 않았다. 물론 산건위가 아닌 일부 의원이 상임위 보고서에 개인 의견을 달거나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연수 소감을 공개하긴 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다보니 의원 개개인이 해외연수를 통해 어떤 점을 배웠고, 정책에 반영할 어떤 의견을 냈는지 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특히 시의회는 올해부터 해외연수 개선안을 시행키로 했지만 ‘개인별 보고서 의무제출’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다보니 별다른 준비 없이 해외연수에 참여해 관광만 하고 돌아와도 상임위 결과보고서에 무기명으로 ‘무임승차’ 가능한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는 지방의원 국외연수 셀프심사 차단 및 부당지출 환수 등이 포함된 ‘지방의원 공무 국외여행 규칙’ 표준안을 전면 개선해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규정을 강화하더라도 의원 스스로 자정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시민눈높이 맞춰 ‘특권’ 내려놔야

물론 해외연수가 꼭 필요할 때도 있다. 지역의 중대 현안사업의 해법찾기가 ‘해외연수’라는 방법 말고는 해결이 안될때는 분명한 목적과 목표를 설정하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사전심의위원회, 사후평가시스템을 만든 후 가면된다. 그러나 지금처럼 명확한 목적과 목표없이 편성된 예산을 쓰기위해 관행적으로 가는 방식의 해외연수는 높아진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과감히 내려놓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직 시·구의원을 역임한 A씨는 “(우리도 해외연수를 여러번 다녀왔지만)연수를 주도하는 일부 의원이 큰틀에서 계획을 세우고 나머지 부분을 여행사나 전문위원실에 일임하는 형태다 보니 목적있는 알찬 해외연수는 불가능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해외연수가 의원들의 특권으로 인식되고 있는만큼 의원스스로 과감하게 특권을 포기하는 용단도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울산시당도 최근 논평을 통해 “시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다녀온 뒤 내도록 돼 있는 성과보고서는 부실하기 짝이 없어 연수가 아닌 관광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고, 해외로 놀러가는 연수문화를 의원들 스스로 바꾸려는 노력도 부족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외유성 해외연수를 원천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울산시의회는 당초 14일부터 16일까지 국내연수차 제주도 연찬회를 계획했지만 예천군의원 추태, 장윤호 산업건설위원장 폭행 의혹사건 등으로 무기한 연기했다. 이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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