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기준 경제성→미래가치 선회 ‘잠정중단’

R&D사업 특수성 인정 못하는
타당성조사 방식 우려 목소리
과기정통부, 정책방향 바꿔
울산시, 유불리 셈법계산 분주
재조사 확신없던 울산시 수렴
반대입장 국과연 이사회 변수

주력산업 위기를 극복하고 ‘ICT융합산업 선도도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울산연구센터 유치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타당성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정부가 정부출연 연구기관 설치 기준을 ‘경제성’에 무게를 두는 타당성조사가 아닌 ‘미래 가치’로 판단을 하겠다고 정책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타당성 조사를 잠정 중단하고 ETRI와 울산시가 유불리를 따지는 가운데 울산연구센터 타당성조사를 승인한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어 최종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14일 울산시에 따르면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진행하고 있는 ‘ETRI 울산연구센터 타당성 재조사’가 잠정 중단됐다. 당초 STEPI는 지난달말 타당성 조사를 마무리 짓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결과 발표를 앞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부 산하 R&D 연구기관 신규 설치에 대한 정책방향을 바꾸면서 사업이 변곡점을 맞게 됐다.

타당성 조사는 대규모 신규 개발사업을 진행하기전 사업의 추진 가능성을 미리 검토하는 제도다.

타당성 조사가 지나치게 ‘경제성’을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하는 바람에, 국가의 전략적 투자가 요구되는 R&D 사업이 타당성조사에 발목을 잡히거나 장기화돼 세계적 기술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우려가 컸다.

과기정통부는 ETRI 울산센터 사업 또한 타당성 조사가 아닌 정책적으로 판단키로 하고, ETRI와 울산시에 의견을 수렴했다. ETRI와 울산시는 정부의견을 수용하겠다며 과기정통부에 통보했다. 타당성 재조사를 통과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한 타당성 조사에서 비용대비 편익(B/C)값이 0.35, 정책적 분석(AHP)이 0.334에 그쳤다. 통상 B/C값이 ‘1’을 넘어야 국책 사업을 진행할수 있고 경제성 확보가 어려운 연구개발 분야도 0.8은 넘겨야 하는 데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 것이다. 지난번 초라한 성적의 수당성 조사결과를 어떻게 뒤집느냐가 핵심포인트였다.

그러나 미래가치추구라는 R&D 사업의 특수성이 인정되지 않는 타당성 방식에 따라 재조사 관문 또한 넘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번에 타당성 재조사를 넘지 못하면 향후 10년간 ETRI 울산연구센터는 정부에 신청할수 없게 된다.

과기정통부의 새로운 정부출연 연구기관 설치기준이 적용되면 울산연구센터 유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울산시는 보고 있다.

그러나 돌발 변수가 나타났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국과연) 이사회의 반대다.

국가연은 연구기관을 지원·육성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대한민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울산시의 설득끝에 국과연은 울산연구센터 타당성 재조사를 지난해 승인했다. 국과연 이사회가 반대하는 이유는 타당성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점 때문으로 알려졌다. 울산시는 국과연 입장 변화에 예의주시하며, 전략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역 주력산업의 동반 및 침체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실정으로, ICT융합 제조업 고도화를 통한 부가가치산업 육성이 절실하다”며 “ETRI 울산연구센터의 설립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시는 ETRI 연구센터 유치 결정이 나면 연구원을 포함한 인력 40여명을 확보해 2019년 중구 혁신도시 과학기술센터에 문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단계로 5년간 연구비·운영비 등 총 384억원을 투입할 예정림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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