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관리공단의 간부가 연금제도의 문제점과 업무과중을 호소하며 자살했다. 대북사업을 주도해온 대기업 회장이 투신한데 이어 대다수 국민을 우울하게 만드는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연금공단 남원지사의 한 간부직원은 유서에 "먹고 살기도 힘든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보험료를 조정하겠다는 문서를 만들었다. 기준없이 무턱대고 밀어붙이는 일이 싫고 소득조정이 필요하다면 법과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장을 남겼다. 또 5년, 10년 뒤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더 두렵다고 토로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막강한 힘을 가진 국세청도 하기 힘들다는 소득조정을 연금공단 간부로서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구체적인 자살 배경 등은 경찰조사 이후 밝혀지겠지만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보험료 조정문제를 포함한 국민연금의 숙제들을 다시 심각하게 검토해 가급적 빠른 시일내 풀어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은 개혁이라는 이름아래 앞으로 받을 연금은 깎이고 보험료 부담은 늘어나게 돼 있다. 정부 주장에 의하면 현재대로 갈 경우 2036년께 연금 재정이 적자로 돌아서고 2047년께 연금적립 기금이 바닥난다. 급속한 노령화로 세대간 형평성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데 연금 수급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같은 국민연금 재정위기론은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출범할때 보험료는 소득의 3%, 연금급여는 평균소득의 70%를 보장하도록 무리하게 설계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정부나 정치권은 국민부담이 불가피한 제도개편을 미루다 국민연금 제도와 관리운용에 대한 신뢰만 더 떨어뜨리게 됐다. 강제가입이 아니라면 탈퇴하고 싶다는 의견도 많고 공무원연금 등과의 형평성도 문제이다.

 이번 공단 간부직원의 자살을 계기로 국민연금 급여업무 등은 공단이 현행대로 책임 관리하더라도 연금 보험료 책정과 징수, 조정 업무는 국세청에 과감히 이관, 보다 단순·명쾌한 관리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젊을때 벌어서 내고 노후를 보장받자"는 국민연금의 장점에도 불구, 대다수 국민은 강제 징수당하는 보험료에 부담을 느낀다. 한나라당은 최저생계비 수준의 기초연금 보강을 검토하고, 민주당은 농어민에 대한 연금보험료 반액 지원 입법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오스트리아처럼 공무원과 농민, 자영업자, 직장인 등 직업별로 다른 연금제도를 통합해가는 방안도 연구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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