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국립 체험형 미래 과학관’(이하 과학관) 건립을 위한 용역을 시작했다. 15일 타당성 분석 및 수익모델 제시, 기술성 평가 및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용역 착수보고회가 시청에서 열렸다. 과학관 건립은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이다. 송시장은 97개의 공약 가운데 ‘머무르고 싶은 오감만족 관광기반 확대’를 위한 사업의 하나로 과학관 건립을 공약했다. 2000억원을 들여 10만㎡ 부지에 연면적 3만㎡의 과학관을 2023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산업기술박물관이 무산위기인 것이 반영된 공약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울산시가 국립과학관 건립을 요청하는 순간 울산이 산업기술박물관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새정부도 울산산업기술박물관 건립에 미온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산업기술박물관 건립 폐기를 공식화한 것도 아닌데 울산이 먼저 산업기술박물관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혹여 공공형혁신병원으로 산재모병원을 대신하겠다는 것처럼, 과학관으로 산업기술박물관을 대신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산업기술박물관은 울산이 포기할 수도, 포기해서도 안되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공약인 과학관을 추진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산업기술박물관 건립 여부가 종결되기도 전에 서둘러 추진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여당인 송시장이 모든 역량을 동원해 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의 재추진을 강력 추진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초고속 경제발전을 이뤄내고도 그 역사를 보여줄 박물관 하나 갖고 있지 않다. 세계 곳곳의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을 본받으려 애를 쓰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보여줄 어떤 것도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시다. 산업기술박물관은 우리나라 산업의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첨단 미래 과학과도 얼마든지 접목이 가능하다. 관련 시설로 과학체험관도 당연히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과학관으로 명명되는 순간 산업의 역사를 담기는 어렵다. 어느 것이 더 큰 그릇인지를 분명히 알고 행정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사실상 울산은 과학과는 별 연관도 없는 도시다. 오늘의 우리나라를 만든 노동의 역사가 포함된 생산 중심의 산업도시다. 송시장의 공약을 보면 R&D체험관, 미래직업체험관 등으로 기존 과학관과 차별화해서 관광자원이 되는 과학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오로지 과학관 하나로 관광산업이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울산에 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이 마땅하다고 하는 이유는 산업현장이 아직도 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에서 대한민국 산업의 과거를 보고 미래를 상상해본 다음 산업체를 견학하면서 현재를 볼 수 있으니 관광산업이 안될 리가 없는 것이다. 무엇이 시급한지, 무엇이 적확(的確)한지, 무엇이 절실한지 되짚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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