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머링프로젝트-모아모아소원수리기울산출장소-Mixed-media-Variable installation, 2018

우리는 대개 12월의 마지막 즈음 한 해를 정리하면서 지난날을 돌아보고, 또 해가 바뀌면서 새로운 다짐을 한다. 필자는 12월의 마지막 날이면 어김 없이 절에서 무사하게 한 해를 보낸 것에 감사하고 다음 해에도 무사하게 한 해를 보낼 수 있도록 기도한다. 소망하고 기원하는 것은 고통스럽고 힘든 삶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모든 인간의 공통적인 욕구라 여겨진다.

1월에 새해인사를 전하면서 어떤 작업을 소개할까 많이 고민했다. 사실 1~2월에는 전시 행사가 풍요롭지 않기 때문이다. 10~12월에 전시행사가 몰리는데 이것은 창작지원금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작품소개를 고민하다가 필자는 ‘잠시, 신이었던 것들’이 떠올랐다. 이미 지나간 전시이긴 하지만 오늘은 마음을 더 담아야 할 것 같다.

‘잠시 신이었던 것들’은 ‘2018년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의 부제이다. 필자는 이 전시에 세 번 발걸음을 했다. 왜냐하면 태화강지방정원 때문에 작품에 집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필자의 머리에는 ‘잠시, 신이었던 것들’의 부제와 기복신앙이 담겨있는 작업들 외에 모든 작업들이 명백하게 떠오른다. 당시 운영위원장이었던 하원 울산대 교수가 전시는 어땠냐고 물었을 때 좋았다고 대답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고 있다.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우리가 공기의 소중함을 알지만 그것을 매일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가지 못하듯, 늘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던 투정 같은 것이다.

대단히 어리석게도 국제설치미술제가 올해부터 중단될 것이라니 비로소 그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깨닫는다. 울산시민들의 소원을 수리해 줄 머머링프로젝트 <모아모아 소원수리기 ver.울산출장소­Mixed media_Variable installation, 2018 태화강>는 더 이상 없다.

해도 해도 늘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비단 이 지역만의 일일까. 사실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다만 상당히 지칠 뿐이다. 잠시 돌아보는 시간을 울산시민과 함께 갖고 싶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