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예를 갖추는게 공직자의 자세
겸손한 자세로 시민을 섬기며

▲ 이동팔 태영산업개발(주) 이사

민주주의(民主主義 Democracy)라는 말의 유래를 살펴보면 그리스어의 Demokratia에서 왔는데 이는 민중 (DEMO)과 지배(Kratia)가 합쳐진 어휘로 국민 혹은 시민에 의한 지배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말의 기원이 된 고대그리스 시대에는 여성, 노예, 외국인 등을 제외하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지만 시민들의 직접 민주주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요즈음은 현실적으로 간접 민주주의 즉 대의제(代議制)가 채택되고 있다. 선거를 통해 구민들의 투표로 대표가 선출되고 그들이 국민을 대변하는 것이다. 18세기 프랑스의 저명한 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는 영국 국민은 선거 때만 자유롭고 그 밖의 경우는 노예상태에 있다고 이를 비판한 적이 있다. 지금과 시대적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일맥 상통한 부분이 있다.

선거때만 되면 길거리에서 혹은 시장 등지에서 최대한 겸손한 자세로 시민들을 섬길 듯이 후보들은 말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당선이 된 뒤(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높은 위치로 올라가면 선거 때의 태도는 망각한 채 군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대표하는 자리는 누구나 입후보에 당선될 수 있지만 아무나 당선되어서는 안된다. 제도에 의해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 지더라도 그 대표 본인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이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몇 년전 고위공직자였던 모인사가 퇴임사에서 언급해 더욱 더 유명해진 말이 있다. ‘메먼토모의’라는 것이다. 고대 로마제국 시대에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이 돌아와 로마를 행진할 때 그 뒤에서 노예가 “메먼토모의”라고 복창하는 풍습이 있었다. 메먼토모의(Mementomori)란 라틴어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말이다. 장군이 승리에 취해 자만이 정점에 있을 때 그 반대 급부로 겸손하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 독선과 오만에 빠진 그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침탈하고 민중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를 경고하는 메시지였다. 즉 아무리 드높고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해도 언젠가 모든 것은 변하니 너무 우쭐거리지말고 겸허하라는 의미이다.

권력은 유한한 것이고 그것이 끝나면 결국 평범한 개인으로 돌아간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권력의 속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럴수록 더욱더 자신을 채찍질하며 항상 겸허한 자세를 유지하고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시민들에 의해 선출된 대표로서 중요하다고 본다. 이것이 대의제의 본질이자 현대 민주주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며칠전 산간도로를 지나가다 도로변에 쓰레기가 넘쳐나 구청에 전화를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전화받는 공무원은 그것은 개인이 알아서 할 문제이지 구청이 할 일이 아니라면 오히려 전화한 민원인이 왜 그런 전화를 하느냐식으로 거만하게 군림하는 듯한 답변을 하였다. 시민의 공복이라는 공직자가 어떻게 그런 자세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는지 답답하고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이런 내용이 있다. ‘나는 문관(文官)이고 상대가 무관(武官)이다고 해서 괄시해서는 안되고 내가 세력이 크고 상대가 세력이 약하다고 해서 그를 우둔하다고 말해서 안되며 나는 나이가 많고 그는 젊다고 해서 그를 딱한 듯이 대해서는 안된다. 엄숙하고 공손하고 겸손하고 온순해 감히 예(禮)를 잃지 않으며 화평하고 통달해 서로 끼이고 막힘이 없게 하면 정과 뜻이 서로 공감하게 될 것이다’라며 겸허란 자세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언제나 낮은 자세로 임해 교만하지 말고 항상 예를 갖추는 것. 이것이 군자의 태도이며 공직을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기본인 것이다. 요즘 현실과 문명 괴리가 있지만 이러한 목민관의 모습을 오늘날에 보는 것이 진정 어려운 일이여야 하는지 생각해본다.

이동팔 태영산업개발(주) 이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