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일반’이란 접두사의 쓰임새는
명확한 분류근거로 사회동의 있어야
연예인이라고 특별대우는 어불성설
일반인 힘 빼는 단어는 사용 말아야

▲ 윤범상 울산대 명예교수·실용음악도

‘연예인 A가 일반인과 결혼했다’라는 뉴스를 간간이 접한다. ‘연예인 A가 비연예인과 결혼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왜 우리나라 언론에선 연예인이 아닌 사람을 일반인이라고 칭할까? 왜 아무도 이 말의 비적합성을 지적하지 않을까? 이상하게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 것인가? 공무원이나, 의사나, 법조인이나, 스포츠선수나 정치인이나 언론인이 다른 직종의 상대와 결혼할 경우에는 ‘일반인과 결혼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무튼 나는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두 가지 느낌이 든다. 첫째는 왜 연예인의 대칭개념이 일반인이냐는 것이고, 둘째는 ‘연예인은 연예인끼리 결혼하는 게 보통인데 비연예인과 결혼하는 것은 의외’라는 뜻이 읽힌다. 좀 더 꼬집어, ‘연예인이 외모도 모자라고 인기도 없는 비연예인과 손해(?)보는 결혼을 하는 것을 보니 그 상대 비연예인에겐 이를 뛰어넘는 재력이나 권력 등 무언가 강점이 있을 것’과 같은 뉘앙스가 풍긴다면 과잉해석일까. 도대체 왜 한국사회에서는 연예인은 특별인이고 연예인이 아니면 일반인이란 말인가. 그러니 특별해지고 싶어하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연예인을 꿈꾸는 것인지도 모른다.

통상 사람을 군인과 일반인, 공무원과 일반인, 교육자와 일반인, 정치인과 일반인, 법조인과 일반인 등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연예인이 그 대칭개념으로써 일반인이란 단어의 사용을 허락받은 셈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소문난 외모와 인기지상주의가 빚어낸 우리의 모습이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entertainer(연예인)가 아닌 사람을 ordinary person(일반인)으로 부른다는 말을 들어본 바 없다. 일본에서도 사람을 예능인(藝能人, 연예인)과 일반인(一般人)으로 나누지 않는다.

자고로 호칭으로서 일반(一般)과 특별(特別)을 구분할 때는 매우 세심한 주의를 요(要)한다. 자칫 ‘일반’자(字) 붙은 대상 모두가 뭉뚱그려 평가 절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자(字)를 붙여 호칭할 때에는 그 근거가 명백하여 대다수의 묵시적 동의가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단어를 찾아야 한다.

군인의 대칭개념이 일반인이라 하면 어폐가 있을 수 있으므로 민간인이라 하는 것이 좋은 예다. 고공침투나 비밀작전 등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를 특수부대라 하여 일반부대와 구별하는 것도 수긍이 간다. 2년제 전문대학과 4년제 일반대학이란 호칭도 대체로 수용된다. 의과대학 졸업 후 인턴, 레지던트과정을 필하여 전공분야를 가진 의사를 가리키는 전문의와 의과대학 6년 과정만 필한 일반의, 고교졸업 후 사회로 진출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하는 실업계고교와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일반계고교, 빛의 속도와 견줄만한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법칙인 특수상대성이론과 중력은 시공간의 굴절이라는 일반상대성이론, 알파벳, 한글, 숫자 등 일반문자와 괄호, 별표 등 특수문자, 보통의 입원환자가 머무는 일반병동과 격리나 특별한 치료를 요하는 환자를 위한 특별병동 등은 모두 그 분류목적과 근거가 명확하여 사회적으로 동의하고 학문적으로도 타당성이 인정되므로 ‘일반’이란 접두사의 사용이 쾌히 허용되는 것이다.

더욱 큰 주의를 요하는 호칭접두사에 ‘주요(主要)’가 있다. ‘일반과 주요’의 분류는 ‘일반과 특별’의 경우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일반고객과 주요고객(VIP), 일반언론과 주요언론 같은 호칭분류가 전형적인 예이다. ‘주요’라는 단어자체가 매우 추상적이고 주관적이어서 그 명명(命名)근거가 명확하게 설득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명칭사용자가 나름의 기준이 있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모두가 동의하긴 쉽지 않다. 세간에 통용되는 한 가지 예를 보자. 언론에서 ‘주요대학’이란 단어를 종종 사용한다. 즉 그 외의 대학은 주요하지 않은 대학이라는 뜻일 게다. 주요초등학교, 주요고교 라는 말은 쓰지 않고 유독 대학에만 쓴다. 이러한 명칭부여에 대해 국민 대부분은 사실상 큰 관심이 없다. 그러나 관련대학의 학생, 교직원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이러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언론사에 주요대학의 정의나 기준이 무엇이냐고 문의한 적이 있다. 그 기준이 대학의 역사냐? 입학생성적이냐? 교수의 평균자질(논문실적)이냐? 학생 수냐? 외국인 유학생비율이냐? 동문의 대기업임원 숫자냐? 사회적 평판이냐? 아니면 이들 항목점수의 종합이냐? 아니면 기자들끼리의 합의냐? 는 질문에 우물쭈물 답을 하지 못했던 것이 기억난다.

연예인이나 주요대학출신이 특별대우(?)받는 이 세상에서 비연예인이자 주요대학 나오지 않은 대다수 일반인들 힘 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윤범상 울산대 명예교수·실용음악도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