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발주 공사 지연 잦아
이로 인한 간접비 건설사가 부담
지역중소기업들은 도산 위기까지

▲ 신명준 대한건설협회 울산광역시회 운영위원

세계적인 건축가로 알려진 스페인 출신의 안토니오 가우디(Antonio Gaudi) 그의 작품을 보면 누구라도 ‘아, 이건 가우디 거네’ 하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특징이 크다. 벽과 천장을 보면 곡선미를 최대한 살리고 섬세한 장식과 다채로운 색상표현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아닐까 한다. 한번 꼭 가보고 싶었는데 아쉬울 뿐이다. 그런데 사그리다 파밀라아 성당은 아직도 공사 중이다. 가우디가 주임 건축가가 된 게 1884년이라고 하니 130년 정도 진행 중이며, 가우디 사후 100주년 해인 2026년에 완공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공사를 오래 하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가우디가 1926년 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망한 것도 이유의 하나겠지만 그때 이미 설계도서와 상세도까지 완료돼 있어 공사 진행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하다면, 딱 하나다. 예산이 문제인 것이다.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은 기부금으로 공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해 기부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공사를 못했던 것이다. 최근 들어 관광 수입이 엄청나게 들어오면서 공사 진행이 원활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공사비는 공사수행에 있어서 절대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처럼 장기계속공사가 있다. 총 공사금액으로 발주하고 각 회계연도 예산 범위 내에서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하는 형태로 예산은 매년 배당받은 만큼만 공사업체에 지급하므로 공사업체는 예산을 받은 만큼만 진행하게 된다. 정부나 지자체는 한해 살림을 하면서 항상 부족한 것이 돈 아니겠는가. 돈은 급한데 먼저 쓰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공사 예산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처음 5년 정도 예상한 공사가 공사비 부족으로 10년이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부족한 예산 편성 때문에 늘어난 공사기간 동안의 간접비 부분이다. 간접비는 현장기술자 현장보조자 등 공사목적물의 실체는 형성하지는 않지만 공사에 보조적으로 반드시 투입되어야 하는 공사비다. 공사업체의 부당행위로 인한 공사 지연은 당연히 공사업체가 책임져야 마땅하지만 공사예산 부족이나 설계변경 보상이 되지 않은 토지소유주와의 마찰 등으로 공사가 지연될 경우는 공사를 기획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발주처가 당연히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가 발주한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가 공사예산 부족 때문에 연장되면서 건설사들이 추가로 발생하는 간접비를 요구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6년의 지루한 소송에서 1심과 2심은 건설사의 손을 들어 줬지만, 대법원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상의 장기계속공사에 있어 총괄계약에서 정한 공사기간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건설회사의 귀책사유 없이 연장됐다고 하더라도 간접공사비 증액은 인정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현재 하급심에서 진행되고 있는 관련 소송금액이 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번 판결이 건설업계에 엄청난 영향을 불러들일 것이 자명하다. 장기계속공사는 정부예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예산이 확보될 때까지 수년간 이어지는 공사인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현장사무소 운영, 현장 기술자 배치 등에 들어가는 간접비를 건설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생겼다.

대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지역중소기업도 장기계속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간접비를 충당하지 못해 도산할 처지에 있는 건설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사이트에 ‘장기 계속 공사, 일한만큼 공사비주세요’라는 제목에 올라온 글을 보면 연매출 20억원 정도의 중소건설사에서 3년짜리 공사가 6년으로 늘어났다며 이 때문에 약 11억원의 현장관리비가 지출되었는데 받을 길이 없어졌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공자 말씀에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고 했다. 누군가는 부담을 해야 하는 간접비를 정부나 지자체에서 책임을 지지 않으면 현장에서 묵묵히 공사를 수행하는 건설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답답할 따름이다.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누구도 억울하지 않은 사회가 진정한 국가가 아닐까 한다.

신명준 대한건설협회 울산광역시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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