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정책이 입안될 때에는 전문가들에 의해 가장 이상적인 계획이 수립되지만 정책집행과정에서 변경과 수정을 거치다보면 결국 정책 산출시에는 당초계획으로부터 상당히 벗어나 다른 결과물이 나타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지난달 29일 울산시는 그 동안 추진해오고 있는 울산대공원 2차시설 계획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97년 당초 울산대공원 조성계획에는 공원전체를 테마별 정원공원으로 만들어 독창적인 유럽식 생태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에서 출발했으나 2차시설 계획이 수립되면서 당초계획이 일부 변경돼 다소 아쉬움을 주고 있다.

 울산은 수려한 자연조건을 갖고도 시민들이 즐겁게 찾을 수 있는 도심공원이 전무하여 주말이 되면 많은 시민들이 타 도시로 빠져나가곤 했으나 울산의 대표적인 기업인 SK에서 기업이윤을 지역에 환원한다는 취지로 지난 97년부터 1천억원의 예산을 투입, 울산대공원을 조성키로 하고 지난해 1차시설을 완공하여 명실공히 울산을 대표하는 공원으로 자리잡았다.

 처음 울산대공원 조성계획이 수립될 당시만 하더라도 기존 자원을 최대한 보존하고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면서 공원전체에 아름다운 수목을 식재하여 주제별 정원으로 가꾼다는 장기적이며 창의적인 공원조성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2차시설 계획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정원조성 계획이 축소되고 그 자리에 위락시설이 들어서게 돼 타도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공원으로 개발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비록 공원관리비용 충당, 시민들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하고 수목을 가꾸는 일로 최소한 30년 이상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수혜자 역시 현 세대가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이라는 기본적인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데도 아직까지 공원을 놀이기구나 타고 상업적인 공연이나 관람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단시일내에 성과를 보기 위한 조급증에 우리 스스로 세계적인 공원을 보유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리고,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자연을 후손들이 제대로 개발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위락시설은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되어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설치된 위락시설을 철거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냄새나는 골치덩어리로 전략할게 불을 보듯 뻔한 동물원까지 공원내에 만든다고 하니 그게 진정 시민들의 여론인지 궁금하다.

 울산은 매년 처용문화제다 고래축제다 하면서 지역 문화행사와 축제를 개최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해도시라는 이미지를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있으며, 타도시 주민들의 시선을 끌어당길 수 있는 유인책과 독창성 또한 부족하다. 이런 때 울산대공원을 당초 계획한 대로 자연의 원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아름드리 거목의 숲으로 조성한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생태공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니겠는가.

 조금만 시야를 넓혀 10년 뒤, 20년 뒤 울산대공원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도심 한가운데 빽빽한 수림이 살아 숨쉬는 울산대공원이 얼마나 소중하고 자랑스럽겠는가. 도시의 미래를 결정짓는 주요한 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깊이있는 역사인식과 긴 호흡이 필요한 때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