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도시’들의 공통점 보니
우수한 인적자본 거주여건 필수 市, 살고 싶은 도시 조성 고민을

▲ 김도하 김도하내과의원장

‘시골쥐와 도시쥐’ 동화에도 있듯이,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대도시는 직업 때문에 할 수 없이 머무는 공간이었고 퇴직 후 도시를 떠나 고향이나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생을 여유롭게 보내고자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떻게든 도시에 머물고 싶어 한다고 한다. 공해, 범죄 그리고 도시빈민 등의 여러 부정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도시로의 사회적 인구 유입이 계속되고, 노인 인구도 증가하면서 인구집중이 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왜 일어났는가?

경제 팟캐스트를 듣고서 읽게 된 글레이저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책 ‘도시의 승리’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결국 대도시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에 인구집중이 된다는 것이다. 직업과 소득 같은 경제적인 면, 편리한 의료시설뿐만 아니라 예술과 레스토랑 같은 즐길 거리, 심지어는 결혼할 기회도 시골에 비해 도시가 더 많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대도시로 몰리는 사람들이 울산에도 많이 오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작년 인구통계를 보면 1%에 가까운 9222명이 감소해 ‘탈울산’을 하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거의 모두 인구가 감소한 반면 서울과 경기권은 인구가 계속 유입되어 2500만명이 몰리며 메갈로폴리스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주위에 3기 신도시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GTX, BRT 등 첨단화된 교통수단으로 도시들을 연결한다고 한다. 부러울 따름이다. 새로운 신도시의 발표와 수도권의 SK하이닉스 공장 설립 추진은 지금까지 추진돼온 수도권 집중 및 과밀화 억제와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정부가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GDP 2% 중반의 저성장 시대에 수도권이 큰 파이조각을 가져가면 지방이 침체되는 것은 당연하고, ‘그들만의 리그’는 부동산 가격의 문제를 넘어 불균형 성장에도 적용되고 있다. 지난 29일 발표된 ‘24조 예타 면제’는 이런 지역여론을 의식한 면도 있는 듯하다.

울산과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진 디트로이트는 몰락한 반면 뉴욕은 주력산업인 섬유산업의 붕괴로 침체기를 겪었지만 화려하게 부활했다. ‘도시의 승리’에서는 성공한 도시들의 성공방정식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성공한 도시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잘 교육받고 훈련된 똑똑한 사람들을 끌어와 그들이 협력하면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잘 만드는데 많은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즉 교육 기술 아이디어 기업 등의 분야에서 숙련된 인적자본이 거주를 희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안전, 편리한 교통, 좋은 학교 같은 핵심적인 공적서비스뿐만 아니라 예술을 즐길 수 있고, 대안적인 삶이 용인되고, 즐거움이 강조되는 테마파크 같은 소비 도시로서의 면모도 많이 원하고 있다. 이를테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수소경제의 경우 수소를 생산하는 거대 공장이나 수소차의 대량 생산을 강조하기 보다, 혁신도시에 수소산업을 이끌 수 있는 연구소나 기업을 유치하면서 이에 속한 연구자들이나 똑똑한 스타트업 기업인들이 울산에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울산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울산의 현안 문제를 비춰볼 때 재추진하는 시립미술관 건립은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된다. 간선도로의 트램 도입은 더 빠르게 추진돼야 하며, 외국 학교의 울산캠퍼스 유치 문제는 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 그리고 울산이 즐거움을 주는 소비 도시로의 면모가 아주 약한 만큼, 울산 최고의 관광자원이자 자랑거리인 태화강은 시민이 좀 더 쉽게 가까이서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영남알프스의 케이블카 사업은 쉽게 포기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성공한 도시의 많은 조건들을 울산시가 완벽히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인접한 부산시, 경상남북도와 협력하면서 동남권 메갈로폴리스의 한 축으로서 공생하고 발전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김도하 김도하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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