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우리는 살아가면서 음악을 접하고 연극을 보며 시를 읽고 그림을 감상하는 등 많은 문화적 체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중 인형극을 보면 어린이나 어른이나 동심에 빠져드는 경험을 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TV에서 만화영화나 인형극을 많이 보여주는 것도 그 때문인가 보다. 만화영화나 인형극은 언어가 달라도 세계 공통어인 몸짓과 손짓으로 이해하고 이해시키는 매력이 있다.

얼마 전 베트남 하노이에 갔다가 현지 인형극 전문극장에서 인형극을 보았다. 하노이에는 이 인형극 전문극장이 두 개가 운영되고 있는데 한곳은 야외극장이고 한곳은 실내극장이었다. 이 인형극은 하노이에서 이미 명성을 얻고 있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나 역시 이 대열에 끼었다. 대부분 외국인인 관객들은 베트남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인형의 움직임을 보며 웃기도 하고 박수도 치며 동참하고 있었다. 인형극을 끌고 가는 주된 힘은 베트남 전통악기와 전통소리였다.

그들은 극의 내용과 분위기에 맞는 연주를 하며 무대를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려 표현하는 연주자들이었다. 한 나라의 정서를 호소력 있고 정체성 있게 감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 나라의 전통음악이요, 전통소리인 것이다. 인형극을 끌고 가는 베트남의 악기와 전통소리는 필자를 포함한 외국 관광객이 인형극을 보며 베트남의 정서를 느끼기에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노이 인형극이 유명한 관광 상품의 하나가 된 또다른 요소는 보통 우리가 흔히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인형극이 아닌 수중 인형극이라는 것이다. 모든 출연 인형이 물속에서 움직이며 연기도 하고 춤도 춘다. 물 속이 극의 주된 공연무대이고 이 물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였다. 극이 끝나고 인형을 조종한 출연자 인사 때 보니 그들 역시 무대 뒤 물속에 들어가서 인형을 조종하여 극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꽤 긴 시간동안 인형극 공연을 위해 인형과 함께 물속에서 첨벙거리며 즐겁게 무대 인사를 하러 나온 그 출연자들을 보며 또한 자기 나라의 전통음악과 소리를 무대에서 함께 연주해나가는 그 연주자들의 정성이 함께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하노이는 ‘물이 많은 곳’이라는 뜻이다. 도시의 특성을 잘 살린 인형극이 깊은 인상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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