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하는 태양의 빛도 비구름엔 약하다. 구름은 바람에 약하다고 했던가. 자연의 원리를 들여다보며 배우는 것은, 인간도 적당한 때에 휴식을 가져야 건강하면서도 조화로운 원리에 행복을 느낀다는 점이다.

 현대가족의 주요 기능을 말하자면 애정과 성의 조절, 양육과 보호 기능, 경제, 교육의 기능, 가치전수 등의 기능인데, 최근에 각광받는 기능이 여가 및 휴식의 기능이다. 가족과 함께 스킨쉽을 하고 눈을 맞추며 서로가 피곤을 풀어주는 따뜻한 공간과 관계를 제공하는 삶의 공유자로서 가족이 필요한 시대이다. 직장과 사회가 피곤할수록 평화로운 가정의 가치가 높아진다.

 휴식을 취하고 여가를 함께 보내는 단위로서 가족을 향해 새로운 휴가상품들도 만들어지고 있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발길이 뜸한 산세가 아름다운 곳에 스트레스를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해결 가능하도록 펜션형 민박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는 요란한 휴가가 아니라 고요한 휴식을 원하는 코쿤형 가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가치가 다양화 되고 욕구의 수준도 각각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휴가방식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휴가 다녀오셨냐는 물음에 "글쎄요"라고 대답하는 가족들이 늘어난다는 얘기이다. 전형적인 휴가기간에 맞추어 휴가 가는 계획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리듬에 맞는 시간과 호흡을 원하는 휴가를 원하고 있다.

 "느림의 철학"이 산업사회의 톱니바퀴에 매달려 가는 대다수의 산업형 인간 희생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천천히 시간의 자유를 느끼는 선비형 여유를 갖도록 경고하고 있다.

 진정한 휴가란 외부의 규칙에 맞추어 살아가는 우리를 돌아보고 내면에서 요구하는 나의 시계와 리듬을 찾는 여유를 갖는 것이다. 조금 필요하다. 깊은 평화를 느끼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려는 노력이 레져문화나 가족휴가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뉴스를 보니 기업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별로 없으면서 임금은 두 배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요즈음 너무 많다고 기업들이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 어찌 보면 한국의 노동자수준이 과거 산업형 노동자가 아니라는 점을 말한다. 학교교육을 통해 삶의 질 지향점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면서 현실이 그렇지 못하게 되면 점점 상대적 불행감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물질적인 가치에 자신을 희생하기보다는 개인적인 자기 행복추구권을 원하는 세대들의 등장을 인정해야 한다. 워낙 정서적 유대감이 떨어지는 빈껍데기 가족을 양산하는 오늘날의 사회시스템에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사회혼란형태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갈수록 이러한 가치간의 충돌은 일상생활이나 직업현장 등에 나타나기 마련이므로 경영자들은 더욱 인간의 마음과 가치를 고려한 인간경영을 해야 할 것이다. 휴가계획이나 휴가방식도 이제는 그들의 욕구가 반영된 협상을 통해 적절하게 이루어지는 휴먼경영을 해야 할 것이다.

 팔월은 바캉스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재충전의 시간이기도 하다, 재충전은 떠나야만 하게 아니라 가정에서도 재충전이 가능하다. 울산처럼 산과 바다가 좋은 천혜의 도시라면 잠깐씩 가족들과 다녀오고 가정에서 저녁에 독서를 하고 제철 음식을 먹으면서 여유로운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것도 휴가이다.

 펜션이 필요한 날은 여름휴가만이 아니라 깊어가는 가을에도 가능할 것이며, 눈 내리는 겨울에도 가능할 것이다. 진정 나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함께 보낼 수 있는 진정한 파트너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가장 마음이 편안한 가족과 관계를 꿈꾸는 우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은 문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느림의 휴가"문화가 확산될 때, 폭력이나 자살 같은 가학적인 행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떠나지 않은 휴가를 시원한 바람이 피부를 자극할 때, 나를 찾아 떠나는 한가로움의 지혜를 갖자.

 지구는 태양계의 원리를 따라 돌고 인간은 그런 지구위에서 태양의 빛 속에서 산다.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려는 우리 휴가양식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개인적인 행복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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