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흔들린 아이 증후군 진단"이 늘고 있다는 내용이 기사화 된 적이 있었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은 특히 2살 이하의 영유아가 울거나 보챌 때 심하게 흔들어서 생기는 질환으로, 뇌출혈과 망막출혈 등의 특징이 있고, 장골이나 늑골의 골절 등 복합적인 손상이 뒤따르기도 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이 병의 진단이 거의 없었지만 어린이 학대의 증가로 질환이 증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어린이 학대로 사망하는 아이들의 원인가운데 1위가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 얘기를 꺼낸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 학대의 빈도가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어린이 학대는 어린이나 사춘기 청소년이 부모나 주위의 성인으로부터 신체적 또는 정신적 상처를 자주 받거나, 성장 발육에 필요한 보호와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어린이 학대의 종류로는 신체적 학대와 방임, 정신적 학대와 방임, 그리고 성적 학대로 나뉘어 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린이 학대가 소수일 것으로 추정해 왔으나, 최근 구타와 성폭력으로 진료를 받는 어린이가 상당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서 외국과 마찬가지로 의학적,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어린이의 지위는 역사상 크게 세 번의 변화를 가져오며 현재에 이르렀다. 첫째가 유럽 계몽사상 등의 영향으로 일어난 소위 "어린이의 발견"이다. 둘째가 제1차 세계대전 후 극심한 혼란 속에서 어린이의 권리에 관한 "제네바 선언’(1924년)과 이후 "국제어린이의 해’(1979년) 설정 등으로 어린이의 권리에 대한 관심과 각성 촉구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989년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 어린이 권리협약’에 의한 실질적 권리보장의 규정이다.

 이 가운데 마지막 "유엔 어린이 권리협약’은 많은 유엔의 선언적 규정과 달리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비준은 하고, 비준한 각국은 이 협약이 국제법으로서의 효력을 갖기 때문에 이에 따른 강제이행 의무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1년 이 협약에 비준을 하고, 협약 당사국이 되었기 때문에 유엔 어린이 권리협약을 준수할 의무를 갖는다. 이것은 그동안 국내외에서 꾸준히 민간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던 어린이 학대 및 방임을 포함한 어린이 문제에 대한 활동을 국가가 적극 지원하는 계기가 되었다.

 왜냐하면 협약에서 개인이나 국가는 어린이의 정상발달을 위해 그들이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보호하고, 참여시킬 것을 기본원칙으로 세우고, 그 가운데 아주 중요한 사항으로 어린이들이 학대 및 방임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이 학대는 영아 살해로 시작하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학대의 유형과 빈도, 그리고 심한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으나 부모 교육의 정도, 빈부, 연령, 종교 등에 따른 차이가 없이 거의 모든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렇지만 예전과 달리 어린이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협약에서 제시하는 바와 같이 이제는 전 세계가 어린이를 보호하고, 어린이들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시킬 것이 강조되고 있다. 이것은 특히 부모가 자녀 양육을 포함한 자신의 역할을 적절히 하지 못하는 경우 혹은 가족이 역기능하는 경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보모나 가족을 대신하여 사회나 국가의 개입을 정당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까지 어린이학대나 방임이 가정 내 문제 혹은 "부모가 자기 자식을 어떻게 하든 제삼자가 상관할 바 아니다"라고 하는 생각에서 우선 탈피해야 한다.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부모를 포함한 가족들이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사회나 국가가 개입하여 이들을 돕거나 해결해야만 진정한 복지국가로 다가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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