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하순 독도 북동쪽 인근에서 발생한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초계기의 근접 비행을 계기로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달간 무려 4차례에 걸쳐 일본의 초계기들이 우리 함정들을 위협하는 사태가 초래되면서 한일 양국은 협상마저 거부한 채 서로를 비방하며 군사상의 대결로 치닫고 있다. 우리군은 초계기사건에 대한 정보를 주한미군 측에 전달하였지만 아직까지 미국은 입장조차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며 이번 초계기 사건과 관련하여 한미일 세 나라가 별도의 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초계기 사건을 빌미로 우리나라의 함정에 대한 위협비행은 사실상 군사도발행위인데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사태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취하고 있는 방법이다.

일본이 우리를 무시한 채 힘으로 밀어붙이는 이유가 몇 가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 정부에서 체결한 국가간의 외교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우리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것과 우리정부에게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국이 주도하는 북한 비핵화에 대하여 우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대북제재를 감시하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가 자국의 군함을 일본에 파견한 것도 일본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판단된다. 그런데 영국과 프랑스가 북핵 관계 당사자인 우리나라에 대북제재를 위한 군함을 파견하지 않고 일본으로 파견한 것은 북핵과 관련하여 남북이 한 목소리를 내면서 대북제재를 완화해 달라는 외교행위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미가 2차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할 지는 모르겠지만 중국과 북한에 무조건 복종하고 일본과도 등지고 미국과도 관계가 소원해진다면 우리가 어려울 때 국제사회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나라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지휘권을 환수하는 순간부터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나라를 지켜야하는데 이번 초계기사건처럼 일본이 군사도발을 감행할 경우 일본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국방력의 확보뿐이며 그에 대한 대책을 반드시 세워야 하는데 대책이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임무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나라를 지키는 일이며 상대국과의 관계개선을 꾀할 수 있는 외교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우방도 없지만 영원한 원수도 없으며 각 나라들의 국익과 이해관계에 따라 과거 원수가 우군이 되는 것이 작금의 시대상황이다.

그동안 독도 및 위안부사태 그리고 과거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때마다 정부관계자들이 되풀이하는 단골 메뉴는 바로 단호한 대처다. 그러나 단호한 대처가 그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선 상대국보다 힘의 우위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에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지 역량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오기와 혈기만으로 입으로 토하는데 그친다면 효과를 기대할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전쟁은 국방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지 오기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위정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 속담이 있지만 오늘날 국제사회의 정서 또한 상대 나라에서 얻을 것이 없으면 관계개선은 힘들다.

과거처럼 한미동맹이 굳건하다면 미국이 우리나라를 겁박하는 일본의 행위를 묵과하지 않았을 것이며 일본 또한 그와 같은 시도를 취하지는 못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비핵화의 주축인 한미일이 결집하여도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한 동맹을 적으로 만드는 외교행위는 북한의 비핵화 및 우리나라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따라서 일본이 우리와 등을 지겠다는 배경이 무엇인지 면밀하게 분석하여 적절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일본과 북한 중국을 능가할 수 있는 국방력과 외교력을 확보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울산시 남구 신선로 정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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