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불러내는 바다향

 

울산바다는 해초의 종류도 많고, 그 양도 풍부했다. 미역과 김처럼 널리 알려진 해초 외에 알려지지 않은 해초도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몰’이다

몰은 모자반, 진저리 같은 해초를 두루 아우르는 말이다. 몰은 온산에서 달동까지 울산의 바다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양이 얼마나 많았던지, 지금의 외황강 하구는 이 몰 때문에 물이 빠질 때마다 배가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정도였다.

흔하디 흔한 몰도 제철이 있었다. 늦가을부터 출하되기 시작하면, 겨울이 깊어질수록 출하량이 더 늘어났다. 해가 바뀌고 설을 치른 뒤 정월대보름이 차오를 때면 수요가 절정에 달했다. 정월대보름 밥상에도 몰나물도 올랐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보통 묵은 나물로 나물을 무치게 마련인데, 몰나물 만큼은 생생한 바다향을 그대로 맛볼 수 있었다. 부족한 비타민을 채우는데도 그만이다. 싼 가격에 술안주로도 부담 없다.

몰은 허기진 아이들의 고픈 배를 달래주기도 했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껌을 씹듯 몰을 씹고 다녔다. 울산의 옛 사람들 중 몰이 많이 나던 남구 달동과 울주 온산에서 태어났다면 옛 시절을 추억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몰을 함께 씹고 자란 어린 날의 친구를 ‘몰뿌랭이 친구’라고 불렀다.

아련한 추억 속 옛맛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은 다가오는 정월대보름(19일)에도 그 시절의 몰나물을 거르지않고 올릴 것이다.

몰나물 무침(사진)은 간편하다. 우선 소금을 넣은 뜨거운 물에 몰을 살짝 데치면 거무스름하던 빛깔이 밝은 초록색으로 바뀐다. 깨끗하게 씻은 뒤 물기를 뺀 몰을 먹기좋은 크기로 썰고 다진 파·마늘, 멸치액젓을 넣어 살짝 무친다. 개운한 맛과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그만이다. 무채와 함께 몰을 무치기도 한다. 무채는 고춧가루, 식초, 설탕, 마늘로 버무리고, 이후 몰을 넣은 뒤 멸치액젓, 진간장, 통깨를 더 넣는다. 무채의 맵싹달콤한 맛이 시원한 바다향과 어우러진다. 이를 뜨거운 밥에 얹어 비벼먹으면, 잃었던 입맛이 금세 돌아온다. 홍영진 기자 자료참고 <울산의음식>(2018·울발연울산학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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