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갈까 두렵다” 제도화 절박감…국회에 입법촉구 ‘여론전’ 측면도

집권 3년차 ‘마지막 기회’ 판단 속 지지층 끌어안기…여야정협의체 등 활로 모색대립적 국회환경·총선 前 정치지형 감안할 때 입법 난제…‘우회 방안’도 언급

“법·제도 개혁까지 가지 않으면, 당겨진 고무줄이 되돌아가는 것처럼 될지 모른다는 게 참으로 두렵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권력기관 개혁 관련 입법에 대한 절박한 심정을 이같이 표현했다.

이날 회의는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참석해 두 시간가량 진행됐고, 여기서 문 대통령은 “국민이 만족할 만큼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 눈높이까지 쉼 없이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성향 지지층을 중심으로 권력기관 개혁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다시금 강한 ‘개혁 드라이브’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국정 동력이 약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권 3년 차인 올해가 온전한 개혁을 이룰 ‘마지막 기회’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개혁을 위한 ‘승부처’로 지목한 곳은 국회다. 권력기관 개혁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결국 관련 법안이 국회 관문을 넘을 수 있느냐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개혁의 법제화·제도화”라며 “국정원 개혁법안, 공수처 신설법안과 수사권 조정 법안, 자치경찰법안이 연내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게 (국회가) 대승적으로 임해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한 대목에서도 이런 인식이 읽힌다. 

문 대통령은 “사개특위에서 (권력기관 개혁법안) 조문까지 다듬고 있으니 법안들이 꼭 통과되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이를 이루기 위한 입법전략회의도 필요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입법의 중요성을 수차례에 걸쳐 강조한 것이 국회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여론전’ 성격도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권력기관 개혁법안이 국회 문턱에 걸려있다는 점이 국민 사이에서 환기되면 야당으로서도 여론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입법 성과를 내기 위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와 같은 틀을 통해 야권과의 소통을 더욱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회의 여소야대 정치지형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구상대로 입법이 속도를 내기는 만만치 않으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의회정치 활성화를 위한 여권 전반의 정치력이 긴요할 뿐 아니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야당의 의회 협치가 전제돼야 하지만, 대립적 국회 환경 속에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당이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을 이어가고, 전당대회에 나선 당권 주자들도 한층 선명한 대여투쟁 노선을 표방해 여야 간 냉기류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올해 연말부터 정국이 ‘선거 대비 모드’로 전환할 경우, 여야 대립이 한층 격해지며 개혁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국회 관문 통과를 낙관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야당의 공조를 끌어낼 뾰족한 해법을 찾아낼지에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문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혹시라도 입법이 안될 수도 있다. 입법을 통하지 않고 최대한 (개혁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행정부 역량을 활용해 입법을 우회하는 정책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언급은) 법률개정 전이라도 행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라는 지시”라고 설명했다. 

조 수석은 그러면서도 “(이런 조치는) 법률개정과 비교하면 한계가 있지 않나”라며 결국은 국회에서의 입법 여부가 개혁의 핵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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