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환 작가의 ‘advance’

필자가 미술대학에 재학 중일 때, 지도교수는 늘 ‘큰 바보’를 운운하셨는데, 그 뜻이 너무 커서 자신의 ‘호’로 쓰기가 부담스럽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러고는 개인전 팸플릿에 작가명의 폰트를 고민하며, 결국은 왼손으로 어설프게 가장 못 쓴 글씨를 흡족해 했다.

예나 지금이나 많은 작가들이 아이들의 감성을 부러워하며, 그 어설프고 못 그린 그림을 흉내 내고 싶어 한다. 그것은 형식이나 틀을 모르는 무지함에서 나오는, 그러나 또 그래서 천진하고 무한한 자유스러움이 있는 대단히 바보스러운 동시에 매우 감동적인 것이다. 필자도 논문과 작업을 병행할 때 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했다.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김승환 작가도 비슷한 또래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릴 때 그림 그리는 것이 마냥 즐거웠던 때가 너무 그립다고 한다. 그림을 그릴 때 생각해야 하는 요소가 많아진 것으로도 보이는데,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과 지도교수의 요구나 관객의 반응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를 때는 용감하고 알면 알수록 어렵고 힘든 것이더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아이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 무지하여 큰 바보가 될 길은 없다. 힘든 그 시간들을 견뎌내고 더 많이 알아야 완전한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는 길에 이른다. 어설프기만 하면 그냥 바보가 되는 것이니, ‘큰 바보’가 가진 의미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김승환의 <advance>(oil on canvas, 162.2×130.3cm, 2019)에서 노란바탕색은 작가가 가장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색감이다. 수채 느낌의 얇게 발라진 물감은 유화라고 한다. 두텁거나 마티에르를 표현할 것도 아닌데 굳이 유화를 쓸 필요가 있을까 할 수도 있겠지만 작가가 화면과 대화가 가장 잘 통하는 수단이라고 하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김승환의 개인전 ‘serendipity’는 오는 26일까지 중구 문화의 거리 내 갤러리 wall(울산시 중구 중앙길171)에서 진행된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