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이 문화재단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오는 9월 출범이 목표다. 25일 울주문화재단 설립 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 최종 보고회가 울주군에서 열렸다. 울주는 매우 다양한 문화적 역량을 갖고 있는 도농통합형 자치단체로 문화행정이 결코 쉽지 않다. 그 때문에 어느 지역보다 전문적이고 창의적 역량이 요구된다. 이는 문화재단 설립이 필요한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신설되는 문화재단이 제 역할을 한다면 잠재돼 있는 문화적 역량을 끌어내 주민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문화를 통한 관광산업 확대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문화재단의 재량권과 자율성이다. 울산문화재단처럼 울산시 문화관광과의 업무와 축제추진위원회의 업무를 엎쳐 놓은, 형식만 갖춘 것으로는 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울주문화재단의 이날 용역결과보고서를 보면 문화재단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기 보다 각종 위탁 문화업무를 한곳에 모아 경제성을 높이는 것에 목적으로 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보고서에 따르는 문화재단이 울주문화의집, 충렬공박제상기념관, 울주문화예술회관, 오영수문학관, 보삼영화마을기념관, 울주생활문화센터, 웅촌문화복지센터, 서울주문화센터 등 8개 문화시설과 충렬공박제상문화제, 간절곶동요제, 간절곶해맞이행사, 울산옹기축제 등 4건의 축제, 전통옹기마을6차산업프로젝트, 옹기마을 특화·교육프로그램 등 3개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이럴 경우 경제성이 높게(비용편익 1.02)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울주군 내 각종 문화관련 시설을 문화재단이 통합관리하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경제성이 높게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화재단의 설립목적은 경제성 향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행정에서 맡고 있던 일과 축제추진위원회가 하던 일을 가져다 통합 운영하려고 문화재단을 설립한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문화재단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시민생활의 품격을 한단계 높이고 문화수준 향상을 통해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다채로운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도시로 가는 방향과 방법을 찾아내는 연구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다음 연구결과를 실행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인력과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

울주문화재단은 오히려 울산시문화재단에 비해 해야 할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 문화는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혹여 ‘선거공신’을 대표로 선정해서 있으나마한 문화재단을 만들까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울주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해석해내고, 보편타당하면서도 변화무쌍한 문화행정을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울주문화재단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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