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개학을 하루 앞둔 3일에도 개학연기 강행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개학에 맞추어 자녀 돌봄 일정을 짜놓은 맞벌이부부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한유총은 3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개학연기 고수 방침을 밝히면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협박 등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개학연기를 밝힌 지 4일이나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한유총의 교육부 결정에 대한 반발은 더욱 강경해지는 모양새다. 한유총의 합법을 가장한 ‘꼼수 투쟁’도 볼썽사납지만 교육부의 ‘협상력 부재’도 걱정이다.

울산시교육청은 울산지역에서는 개학을 연기하는 사립유치원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사립유치원들에 공문을 내고 동참여부를 조사한 결과라고 한다. 이 조사결과대로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한유총의 발표결과는 완전 다르다. 한유총이 밝힌 개학연기 동참 유치원 숫자는 전국적으로 1533곳이며 경남·울산지역이 189곳이라고 밝혔다. 반면 교육부는 전국적으로 196곳이며, 울산교육청은 울산에는 1곳도 없다고 한 것이다. 울산지역 학부모들은 울산시교육청의 발표를 믿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수밖에 없겠지만 불안감을 떨치기는 어렵다. 아이를 맡겨 놓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해당 유치원이 한유총의 발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개학연기에 동참하는지를 따져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나름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개학일이 유아교육법에 명시돼 있지 않고 법정 수업일수만 맞추면 된다고 해서 개학연기가 합법이라는 한유총의 주장은 교육기관으로서의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개학연기는 결국 집단휴업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므로 ‘꼼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교육기관이 신뢰를 잃으면 교육은 불가능하다.

한유총은 그간 사유재산 침해라며 반대해온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 도입은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회계비리 시 형사처분을 골자로 하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폐원 시 학부모 3분의2 이상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은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권과 교육기관으로서의 공공성은 입장에 따라 배치되는 한계를 갖고 있다. 간극을 좁히는 것은 결국 대화와 협상이지만, 임시봉합이 아닌 근본적 해결책이 될 꼼꼼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피해자가 되는 일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의 저출산 극복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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