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편리한 생활 돕고
대한민국 경제발전 이끌어온
건설인 비하용어 이젠 바꿔야

▲ 신명준 대한건설협회 울산지회 운영위원 대득종합건설 대표

칼바람이 코끝을 스치며 온몸으로 파고들어 뼈 속까지 얼어붙게 하는 허허벌판에 아직도 다 사라지지 않은 새벽별을 보면서 태양이 떠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너무나 추워 옷을 몇 겹을 입었는데도 몸은 더 떨린다. 주변의 폐목재를 모아 철 드럼통에 넣고 불을 지핀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주전자에 팔팔 끓인 물을 부어 커피를 한잔 하면서 조금이나마 추위를 이겨 보려고 애를 쓴다. 한 달째 쉬어본 적이 없는데 일은 계속 난관의 연속이다. 지치지도 않은 해는 오늘도 어김없이 떠오르고 어제의 피로가 아직 남아있는데 건설공사 현장의 하루가 시작된다. 태양이 다시 사라질 때까지 일은 계속된다. 필자의 이십년 전 어느 날 새벽 일상이다.

대부분의 건설공사현장은 해가 뜰 때 작업을 시작해서 해가 지면 일을 끝낼 수 있다. 작업장을 지켜주는 아무런 방패막이가 없으므로 살을 에는 강추위도 푹푹 찌는 더위도 온몸으로 부딪쳐야 한다. 건설공사현장에는 공사기간과 공사금액이란 것이 있어서, 그 시간 내에 그 금액으로 건설공사를 마쳐야 한다. 그래서 한번 공사가 시작되면 현장이 끝날 때까진 쉬는 날이 없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현장은 쉴 수 있지만 현장관리자는 미뤄둔 서류정리로 하루를 보낸다. 건설현장생활을 해본 건설인들은 동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자녀의 유치원 행사, 초등학교 졸업식, 어린이공원 한번 제대로 간 적이 없어 아버지로서는 빵점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보람도 있다. 공들여 완공한 건축물에 사람들이 모여 살고, 힘들여 놓은 도로에 아무 불편 없이 차량이 질주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낄 때는 더러 감정이 북받쳐 오르기도 한다.

1970년대 수많은 선배 건설인들은 한국 경제발전을 위해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모래바람이 몰아치고 밥을 먹으면 모래가 씹힌다는 중동으로 떠났다. 워낙 열악한 현지 환경도 문제지만, 중동은 그 당시에도 정세가 불안한 지역이었다. 정부군과 부족 간의 총격전이 자주 일어났으며, 종교문제와 관습과 풍습이 다른 문화로 인해 정신적인 부담 또한 컸다. 그렇게 우리 선배 건설인들이 중동의 모래바람을 이겨내고 고생한 덕분에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이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현재 한국건설인의 기술수준은 세계최고라 자부한다. 바다 밑 땅속 106m까지 내려간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터키의 보스포루르스 해저터널공사, 현대판 피사의 사탑이라 부르는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샌즈 호텔, 높이 823m를 자랑하는 두바이의 부르스 할리파호텔 등 수없이 많은 건축물, 도로, 항만 등 해외 굴지의 시설물을 한국건설이 수주해 완공했다.

그러나 건설인을 대하는 주변의 생각들은 우리 건설인이 이루어 놓은 것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 건설업계에서 사용되는 용어만 보더라도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첫째, ‘노가다’라는 용어가 있다. 토목공사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가리키는 일본어 ‘도가타(どかた)’에서 온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공사장이나 노동판, 또는 그에 종사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로 한정되어 쓰이고 있지만 일부 국어사전에는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들이 어떻게 세계 최고 높이의 타워를 건설할 수 있으며 바다를 가로지르는 교량을 건설할 수 있겠는가. 둘째, ‘건설업자’라는 용어도 건설인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업자의 사전적 의미는 ‘사업을 경영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건설업자’라고 하면 왠지 업체 경영자나 종사자를 비하하는 느낌과 ‘비리 공무원과 결탁한 사업자’라는 인상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작년 국회에서도 ‘노가다’는 ‘건설일용직’, ‘건설업자’는 ‘건설사업자’, ‘건설용역’은 ‘건설엔지니어링’으로 용어를 변경한다고 했다. 이들을 통칭하는 용어로는 ‘건설인’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건설인’들은 고속도로를 만들어 대한민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만들었으며, 고속전철을 만들어 서울과 부산을 두 시간 반이면 갈 수 있도록 했으며, 공항을 만들어 전 세계 어디라도 날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런 편안한 세상을 만든 건설종사자들이 그 역할에 어울리는 이름을 가질 때 우리경제의 미래도 더 희망적이지 않을까. 신명준 대한건설협회 울산지회 운영위원 대득종합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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