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울산 떠난 조선인력 복귀는
보수·안정성 등으로 쉽잖은 게 현실
협력업체 근로자 고품질 삶 전제돼야

▲ 김성훈 울산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선임위원 울산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울산의 주력산업인 조선업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긴 불황으로 고통받았던 지역사회에는 매우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요즈음 울산의 조선업체들은 또다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진행된 인력 구조조정의 결과로 생산현장의 많은 숙련 기술인력들이 이미 울산을 떠난 것이다. 조선협력업체들에 따르면 내년까지 약 3000여명의 생산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짧은 생각으로는 요즈음 같이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인력이 부족하다니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당장 다른 곳으로 간 생산인력들을 복귀시키고, 그럼에도 부족한 인력은 지역내 훈련기관에서 훈련생 수를 대폭 늘려 공급하면 될테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선 울산과 조선업을 떠난 인력들을 다시 복귀시키기가 쉽지 않다. 숙련도가 높은 이들은 전국으로 흩어져 다른 산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육상플랜트나 건설현장의 보수 수준이 조선현장보다 높다. 이들 입장에서는 힘들고 난이도가 높은데도 낮은 임금을 받으며 다시 울산 조선업체로 복귀할 인센티브가 크지 않은 것이다.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사업,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 등을 통해 인력양성을 획기적으로 늘리려 하지만 여의치 않다. 국가의 지원으로 훈련받고, 과정을 마치면 취업이 어렵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훈련생을 모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훈련생 모집을 위해 울산 뿐아니라 전국을 다니며 힘겨운 노력을 하고 있는 지역내 한 훈련기관 사업책임자의 말을 들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첫째, 임금 수준이 높지 않다. 과거와 같은 원청업체의 직접고용은 사라지고 인력의 채용은 협력업체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협력업체의 임금은 대기업의 약 60% 수준에 불과하다. 일은 월등히 힘든데도 상대적으로 편한 다른 산업의 일자리와 임금에서 큰 차이가 없다. 둘째, 조선업의 안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호황기에는 인력이 부족하지만 또다시 불황기가 닥치면 지난 몇 년간 노동자들이 겪은 고통을 자신도 겪어야 한다는 두려움이다.

요즈음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 울산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등 지역내 일자리 및 인적자원개발 관련 기관들에게 이 문제의 해결은 최우선 과제이다. 지난달 이들 기관과 업체 및 교육훈련기관들이 모여 ‘조선업 인력양성 협의체’를 발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울산시 또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정책적 대안을 도출하고 검토 중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주로 논의된 취업장려금 인상 등의 대안보다는 좀더 장기적이고 광범위하며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연히 협력업체들이 문제 해결을 주도해야 하지만, 지역 조선업 클러스터 전체의 경쟁력 강화와 클러스터 내 모든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원청업체의 노사도 적극적으로 문제해결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복지측면에서의 접근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원하청 근로자간 격차는 임금만큼 복지수준에서도 매우 크다. 주거, 의료, 교육 등 복지의 모든 차원에서 수준을 향상시켜 협력업체 근로자의 삶의 질을 개선함으로써 인력난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역내 일자리 증대와 인구 유입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조선업 클러스터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해 협력업체 및 원청의 노사가 협력하고 정부와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안정적인 삶의 질 개선 프로그램을 도입한 후 다른 주력산업으로 확산시키면 어떨까. 이는 울산의 산업구조에서만 가능한 노사민정 상생 모델, 즉 울산형 모델이 될 수 있다. 지금의 인력난을 새로운 상생 모델 창출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김성훈 울산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선임위원 울산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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