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 실무 합의안 도출…‘당내 단속’이 과제
한국당 “야 3당, 민주당 들러리”…바른미래에 패스트트랙 이탈 호소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추진하는 선거제·개혁법안의 동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 기로에 섰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 국회 제출 법정시한인 15일 진통 끝에 실무 합의안을 도출했다.

여야 4당은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 +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를 기초로 연동율 50%를 적용하고 전국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각 당의 비례대표 의석을 확정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당내 반발이 예상되는만큼, 각 당별로 합의안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난항이 우려돼 ‘당내 단속’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른미래당은 전날 심야에 4시간 가까이 의원총회를 열고도 내부 조율에 실패했다. 평화당마저 지역구 의원을 225석으로 줄이는 데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공조가 갈림길에 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 4당은 이날 선거제 개혁안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패스트트랙 논의에서는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선거제 패스트트랙에 함께 올릴 법안으로는 일단 민주당이 요구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2건의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법에 합의한 상황이다.

4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개별 비공개 접촉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4당 의원들은 비공개 회의를 통해 선거제 개혁 협상을 이어갔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와 단둘이 만나 향후 공조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홍 원내대표는 다른 야당 원내대표와도 개별 면담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최종 합의안까지는 아니지만 여야 4당이 공감대를 이룬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모든 협상은 막판에 진통을 겪게 돼 있다”며 “국민 편익의 관점에서 각 당이 유불리를 떠나 협상에 임하면 좋은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의원총회에서 선거개혁 일정상 부득이하게 패스트트랙 협상에 응하라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평가하며 일단 여야 3당과의 협상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논의 중인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서는 정치적 중립성 확보방안과 관련해 자체 안을 만들어 협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내에 바른정당 출신을 중심으로 선거제 패스트트랙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아 다른 당과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더라도 당내 추인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날 오전 열린 평화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여야 4당의 선거제 협상 기초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분출돼 추후 여야 4당의 협상에 적잖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이렇게 지역구를 줄이게 되면 농촌 지역구가 날아가는데, 이는 지역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강한 지적이 있었다”며 “평화당 당론은 지역구 의석을 유지하고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되 의석수 증가를 최소화하는 안이며 이를 반드시 관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개특위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국회에서 지역구 축소에 반발하는 평화당 의원들을 따로 만나 현 선거제 개혁 논의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제 개혁 성사를 위해 민주당이 야 3당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여당의 양보를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당은 야 3당의 패스트트랙 참여는 여당인 민주당의 들러리가 되는 것이라며 비판을 이어가며 패스트트랙 공조 깨기에 열을 올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여당이 선거제 패스트트랙을 하려는 이유는 공수처 설치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모든 권력기관을 공수처를 통해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여당은 패스트트랙을 통해 야 3당을 자신의 2중대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혹시라도 오늘 있을 합의에 대비해 비상대기할 것”이라며 “바른미래당 내부의 양심 있는 의원들을 믿는다. 여당의 들러리가 되지 말아달라”고 했다. 

한국당은 이날 ‘비례대표제 폐지·의원정수 270명으로 축소’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보도자료에서 “1963년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뒤 여러 차례 제도 변화가 있었으나 비례대표제의 장점보다 폐단이 더 심하게 나타났다”며 “현재 고정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유권자 선택권을 제약해 비례대표제 취지를 훼손할 뿐 아니라 직접선거원칙에 반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선거구획정안 국회 제출이 사실상 법정시한을 넘김에 따라 선거구획정위는 오는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별도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직선거법상 획정위는 지역구 정수 등 국회가 합의한 획정기준을 바탕으로 획정안을 총선(내년 4월 15일) 13개월 전(3월 15일)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후 국회는 선거일 1년 전(4월 15일)까지 국회의원 지역구를 확정해야 한다.

총선 때마다 선거구획정은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이뤄진 게 다반사였다. 법정시한을 어겨도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는 데다, 선거구 조정을 둘러싼 여야 간 치열한 갈등 때문이었다. 

역대 사례를 보면 17대 총선 때는 37일, 18대는 47일, 19대는 44일을 각각 앞두고 선거구획정을 마쳤다. 

20대 총선 때는 선거구획정위가 중앙선관위 산하 독립기관으로 첫 출범, 기대를 모았으나, 역시 42일 앞둔 2016년 3월 2일에야 획정안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정치권이 마련한 법 조항을 스스로 어긴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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