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세련 아동문학가

결식아동 돕기 자선공연, 난치병 환자 지원에 수억 기부, 독거노인들에게 수년 간 연탄지원. 이따금 들리는 훈훈한 소식이다. 이런 기부 사례의 주인공 대부분은 연예인들이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미모나 재능이 더욱 돋보인다. 인품까지 다르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의 기부는 특별한 때를 가리지 않는다.

연예인의 기부사례는 역사가 깊다. 그 대표적인 인물은 달문이다. 일찍이 그는 사심이라곤 조금도 없이 온전한 베풂을 행했다. 달문은 김탁환 작가의 소설 <이토록 고고한 연예>의 주인공이다. 귀밑까지 찢어진 입, 빗물이 그대로 들어갈 만큼 뻥 뚫린 콧구멍의 소유자. 당대 가장 추남이었음에도 달문은 모든 이들이 사랑했다. 읽기에 부담스러울 만큼 두꺼운 책을 펼친 순간부터 나까지 매료시킨 남자다. 입만 뻥긋하면 풍기는 구취와 땟국물로 뻣뻣해진 누더기에 얼굴을 찡그렸던 순간이 곧 민망해졌다. 고고한 그의 영혼은 오히려 그처럼 귀한 것을 감추기 위한 조물주의 장치처럼 여겨졌다.

물욕이라고는 전혀 없는 데다 재능은 넘치도록 가진 남자. 없음과 넘침을 가장 조화롭게 다루는 모습은 숭고했다. 어떤 칭찬에도 거드름피우지 않았고, 어떤 권력 앞에서도 당당했다. 자신의 입을 찢고 코를 찧어 뭉갠 건달과 친구가 된 달문. 누명을 쓰게 한 어린 거지의 주검을 거둔 성자가 달문이다. 엄연한 자신의 재물도 골고루 나누는 철저한 무소유는 나를 무조건 뉘우치게 했다. 물론 부럽지는 않았다. 흉내조차 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뭇사람들이 신처럼 여겼지만 단순하게 존경심만 가질 수도 없었다. 철저한 이타적 행위는 천성이며 습관이었기 때문이다.

화려한 조명과 현란한 옷차림, 고급빌라와 값비싼 수입차량. 스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연예인의 이미지다. 그렇지만 실제로 연예인들의 삶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다. 스타라고 불릴 만큼의 명성을 얻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연예인들의 기부가 빛나는 이유다. 달문은 그야말로 최고의 연예인이다. 달문 이전은 물론, 달문 이후에도 이런 사람은 다시없을 사람이다. 각박하고 팍팍한 세상, 이토록 고고한 연예가 절실하게 그립다. 장세련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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