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경 작가의 ‘봉선화 관찰일기’, 45.5x37.9cm, acrylic on canvas, 2017.

독창적인 것은 무(無)의 상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원래 있는 평범한 어떤 것을 새롭고 특별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새로운 것을 찾고자 부단히 노력한다면 허송세월을 보내게 될 지도 모른다. 찾는다고 해도 그것은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모두가 이해할 필요는 없다. 다만 공감이 커야 감동도 배가 되는 법이다.

중요한 것은 늘 가까이에 있으며, 작업은 일상과 분리하여 생각하기 힘들다. 자연(自然)이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한 것’이라면, 일상 또한 자연이라고 해도 될 법하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하찮게 여기지 않는다면 삶은 더욱 즐거워 질 지도 모른다. 김보경의 작업을 보면 더욱 이해가 빠르다.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작품 봉선화 관찰일기 시리즈 여섯 개의 작품 중 첫 번째 <봉선화 관찰일기, 45.5×37.9cm, acrylic on canvas, 2017>를 보자. 작가는 첫 시작으로서의 의미가 있는 시기에 함께 자라나기 시작한 봉선화를 보며 감정을 이입한다. 학창시절 늘 신던 흔한 삼선의 슬리퍼의 등장은 장소를 쉽게 연상시키는데, 이 작품의 장소는 역시 작업실이다. 처음 작업실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을 공유하게 된 동생과 얽히고 설키며 생활을 시작하는 의미는 봉선화의 뿌리와 관련이 있는 듯 보인다. 그들의 첫 출발의 파이팅은 봉선화가 첫 싹을 틔우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 설명하는 것보다 설명이 없어도 상상되는 이미지가 필자는 더욱 흥미롭다. 구상이지만 희한한 형태를 하고 있는 알 수 없는 생물의 모습에서 경험의 축적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들 어떠한가.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주변의 것들을 한 번 더 살펴보고 싶어진다. 하루하루 관찰하면 무엇인가 다른 세계가 있을 것만 같다.

김보경의 위트 있는 작품은 오는 30일까지 북구예술창작소(북구 중리11길2) 입주작가 소개전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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