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대옥 무거중학교 교사

“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국어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대화하는’ 국어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금요일 6교시가 너무너무 기다려지는 국어시간” “글 하나를 완성하고 읽어보면 날듯이 뿌듯한 국어시간”…. 아이들이 쓴 ‘내가 바라는 국어시간’의 글이다. 이런 국어수업만 된다면 국어교사로서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첫 국어수업 시간. 항상 교사 자신과 교사의 국어수업 철학을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내 수업의 ‘처음’이었지만, 올해는 순서를 바꿔 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답을 알고 있다.’는 전년도의 깨달음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비주얼 씽킹 카드를 활용해 ‘내가 바라는 국어시간’을 표현하게 했다. 아이들의 다양한 목소리는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몇몇 아이들은 여전히 ‘편안한 수업’, ‘영상매체를 많이 보여주는 수업’, ‘필기가 적은 수업’ 등 몸이 편한 수업을 찾기도 하지만, 그런 친구들은 지금까지 국어 수업에서 ‘재미’를 못 보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평소 생각해보지도 않은 주제와 45분을 던져주고, 글을 써서 내라고 했던 각종 감상문 시험에 질려 있었을 것이고, ‘어차피 상은 다른 애’가 받는 글쓰기 대회에 들러리 서는 시간들을 견뎌 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어 수업에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가르쳐 온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다. 여러 차례 교육과정의 변화가 있었고, 가르치고자 하는 내용의 작은 범위는 일부 달라지기도 했으나 큰 틀은 바뀌지 않았다. 우리는 민주시민으로서 성장해야 할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내 의견을 잘 말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잘 읽고, 내 생각을 잘 쓸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일을 국어 수업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특히 ‘잘 쓰는 일’을 가르쳐 주는 시간을 수업에서 할애하기가 어려웠다. 평가 범위가 있었고, 아이들이 손해(?)보지 않고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그 내용을 똑같이 알려주는 데 많은 시간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재미’가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재미없는 수업이라고 낙인이 찍히면 교사로서 수업을 이끌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아이들은 ‘재미’를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그런데 국어사전에서 찾아본 ‘재미’의 뜻에는 즐거운 기분 이외에도 ‘좋은 성과나 보람’이라는 뜻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바라는 국어시간에 대한 글들을 읽어보면, 아이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아이들이 추구하는 ‘재미있는 수업’은 결국 ‘성장하는 재미’를 느끼는 수업이다.

‘잘 듣고, 잘 읽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고, 잘 말하는 사람은 제 주변 열 명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잘 쓰는 사람은 천 명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제법 그럴 듯한 말이 아닌가? 유명하신 분의 말씀은 아니고,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나의 수업 철학이다. 그래서 내 수업은 올해도 글쓰기를 재미있게 한 수업이 될 것이다. 매년 아이들이 쓴 글을 조금 씩이라도 엮어서 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나의 국어교사로서 ‘재미’이고, 아이들의 글쓰기 실력이 한 뼘이라도 성장하는 것이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재미’일 것이기 때문이다. 강대옥 무거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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