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울산을 한발 더 깊이 아는 방법

▲ 지역학 네트워크를 위한 한국지역학포럼.

‘지역학’ 연구는 특정 지역의 역사적 경험과 삶의 방식, 그리고 가치와 문화를 단순히 이해하는 것 뿐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아보자는데서 출발했다. 1990년대 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 지역마다 각각의 정체성 확립과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1993년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가 설립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 2003년 부산발전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 등이 만들어졌다.

한 지역에서 각기 다른 지역학연구기관이 동시에 활동하기도 한다. 부산의 경우에는 부산발전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 말고도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동아대 석당학술원, 신라대 부산학연구센터 등 여러 연구기관이 다양한 주제로 로컬리티를 연구하고 있다.

울산은 어떨까. 울산에서는 1997년 광역시 승격과 함께 울산학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도시팽창에 따른 산업과 경제에 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졌지만 울산만이 가진 고유한 지역성, 즉 ‘울산다운 것’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부족하다는 인식 아래 지역학 연구기관 설립이 추진됐다. 이에 10년 만인 2006년 3월 지금의 울산발전연구원 부설 울산학연구센터가 개소하게 된 것이다.

울산학연구센터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제대로 알자’는 취지에서 출발한다. 울산의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고, 울산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울산의 역사와 사회·문화·예술·자연환경 등 인문학적 관점에서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곳이다. 그 동안 인문학 분야의 연구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울산에서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울산의 정체성을 확립하여 미래 발전에 기여하고자하는 학문을 연구하고 필요에 따라 이를 널리 알리는 실천활동까지 추구한다. 그러기를 벌써 13년이 흘러왔다.

하지만 아직도 어떤 이는 울산학연구센터에서 일 한다는 필자에게 ‘울산학’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질문한다. 혹자는 ‘울산학춤’을 연구하는 곳이냐고 묻는다. 다행히 최근에는 지역학에 대한 인식이 늘면서 ‘울산학’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사람이 늘고있다. 다만 센터가 해 왔던, 무수히 많은 연구 결과들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있다면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공유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거나 그래서 답답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센터에서 발행한 연구 성과물은 울산발전연구원 홈페이지 울산학연구보고서 코너에서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80여 편이 수록되어 있다.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울산지역 박물관 전시, 관내 도서관 교육프로그램, 울산평생교육진흥원 평생교육프로그램, 방송프로그램 자료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 이경희 울산발전연구원 울산학연구센터 연구원

울산학연구센터는 울산 뿐 아니라 전국 각 지역학과의 교류에도 나서고 있다. 울산학은 물론이고 서울·인천·부산·경기·대구경북·전주·제주학 등이 중심이 돼 2012년 한국지역학포럼도 만들어졌다. 지역학연구기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구 성과와 방향을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광역자치단체를 넘어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역학연구기관 설립이 늘어나고 있으며, 한국지역학포럼에 새롭게 참여하고 있다.

한국지역학포럼은 일년에 두 번씩 전국 곳곳에서 포럼도 개최한다. 울산학연구센터는 2015년 제8차 포럼을 주관했고, 2019년 올 하반기에 다시 한번 울산에서 포럼을 개최하며 울산을 소개할 예정이다.

지역학은 그 지역을 만들어내고 발전시켜 온 역사적 과정을 이해하고 그 기반 위에서 더 나은 지역의 미래를 모색하는 종합적 학문이다. 지역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지역민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스스로 가치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울산학은 울산의 역사와 민속은 물론이고 문화와 인물, 생태, 교육에 이르기까지 연구주제의 범위는 몇몇 특정단어 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광범위하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은 지역 문화 특성과 이미지가 상품이 되고 경쟁력이 되어 미래 자원화가 되는 시대다. 그러므로 지역학의 중요성은 지속해서 증대된다. 다만, 이토록 소중한 지역학, 우리 울산학 연구에 시민들 관심이 좀더 증폭돼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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