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잃은 유가족 슬픔에 집중
전도연 깊이 있는 연기력 울림

▲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슬픔을 조명한 영화 ‘생일’의 한 장면.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두 편이 2주 간격으로 개봉한다. 먼저 선을 보이는 ‘악질경찰’이 범죄 오락 영화에 세월호 사고를 결합해 보기에 따라서는 어색한 조합이라고 느낄 수 있다면 내달 3일 개봉하는 영화 ‘생일’은 유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정공법’을 택했다.

‘생일’은 붕괴하기 직전인 한 가족, 헤어지기 직전인 한 부부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수년간의 외국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지만 들어가지 못하는 아빠 정일(설경구), 마음을 굳게 닫고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는 엄마 순남(전도연). 이 영화가 세월호 참사를 다뤘다는 점을 모르고 영화를 보는 관객은 거의 없겠지만, 만약 알지 못한 채라고 해도 이들이 큰 상실을 겪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올해도 수호가 없는 수호의 생일이 다가오고, 정일과 수호의 친구들은 수호의 생일 모임을 열고자 하지만 순남은 반대한다.

몇 년째 치워지지 않았을 아들 수호의 방, 입을 사람이 더는 없는데도 수호의 새 옷을 사 오는 순남,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는 여동생 예솔(김보민) 등 영화는 이들이 세월호 유가족이라는 내용을 풀어놓으며 담담하고 세밀하게 남은 이들의 삶을 그린다.

영화는 아들의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이유 없이 켜지는 현관 등이 아들이 온 것일까 봐 마음 아파하는 순남의 감정에 집중했으나 이에 깊게 매몰되지는 않는다. 그 덕분에 오히려 아들의 생일 모임을 하고 싶지 않은 순남의 마음에 관객은 더 집중할 수 있다. 슬픔의 깊이를 가늠할 수조차 없어 보이는 배우 전도연의 표정도 마음을 저릿하게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사건을 나열하지도 않고 세월호를 둘러싼 온갖 정치 논리 등으로부터는 벗어나 미시적으로 한 유가족의 슬픔에 집중했다. 그러면서도 온 아파트를 울리는 순남의 울음소리가 지겹다는 옆집 딸이나 보상금은 얼마나 받냐고 말하는 친척 등 세월호 유가족을 향한 다양한 시선을 가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도 녹여 넣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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