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하면 역사성·상징성 상실“…광화문 재조성안도 ”졸속“ 비판

▲ 조각가 김영원[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像)을 만든 김영원(72) 조각가가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 일환으로 검토 중인 세종대왕상 이전에 반대하고 나섰다.

김 작가는 22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광장의 확장·재조성 명목으로 세종대왕 동상을 다른 외진 자리로 이전한다는 것은 성군 세종대왕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서울시가 공개한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모전 당선작은 광화문광장 한가운데 일렬로 놓인 이순신장군상과 세종대왕상을 각각 정부종합청사 옆 옛 삼군부 터와 세종문화회관 옆으로 옮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더 열린 광장을 만들고, 광장 어디서든 경복궁과 그 뒤 북악산 전경을 막힘없이 보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한다.

각각 1968년, 2009년부터 광장을 지켜온 두 상징적인 조형물을 옮기는 안을 두고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연말까지 시민 여론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작가는 ”서울시는 세종대왕상이 집회와 시야에 방해가 된다고 해 이전할 계획이라고 한다“라며 ”세종대왕이 시야에 방해된다고 해서 치워버려야 할 정도로 하찮은 인물인가. 이런 망발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동상 이전 여부를 국민 여론조사로 결정하겠다는 시 방침을 놓고서도 ”부담스러운 여론을 회피하고자 책임을 떠넘기는 얄팍한 술책“이라고 질타했다. 

김 작가는 세종대왕상과 이순신장군상이 문무(文武) 조화를 이룬다면서 ”광장 중심축을 벗어난 세종대왕 동상은 의미가 없으며 (이전되는) 그 순간 역사성과 상징성 모두를 상실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종대왕을 폄하, 모욕하거나 처치 곤란한 천덕꾸러기로 취급하는 일이 있다면 이는 민족 얼굴에 먹칠하는 꼴이며 역사 앞에 죄를 짓는 일“이라면서 ”그럴 바엔 차라리 동상을 없애버리는 게 좋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프로젝트가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설계대로라면) 대칭 구조가 깨지고 균형미도 잃는다“라고 지적했다.

김 작가는 사실적인 인체 조각에 매진하는 원로조각가다. 청남대에 있는 역대 대통령 동상,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 설치된 거대한 인체 조형물 ’그림자의 그림자‘ 등이 그의 작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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