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서영 동평초등학교 교사

작년 1학년 담임을 할 때의 일이다. 어머니가 아이의 문제행동을 상담해 오셨는데 폭력적인 행동과 고집스러운 성격, 아이가 어머니를 함부로 대하는 행동 등에 대해 상담을 하였다. 상담 말미에는 자녀교육에 대한 스트레스로 병원진료를 받을 정도라고 눈물을 보이셨다.

상담 중에 아이가 고집을 부릴 때는 어떻게 지도하느냐고 물었더니 한 번 안된다고 이야기한 것은 절대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였다. 한 번은 마트에서 마음에 든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데 30분을 넘게 울고 떼를 써도 결국 사주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 외 몇 가지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어머니와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였다.

우선 아이의 고집을 꺾기 위해 부모가 고집을 피우는 것은 결국 더 큰 고집을 만드니 피하기로 하였다. 부모가 져주는 것을 보여주어야 아이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차츰 배운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존댓말을 쓰도록 권유하였다. 가부장적 가정에서 어머니의 존중받는 모습으로 위치를 올리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문제행동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초등학교 아이들과 15년을 넘게 지내오니 현장의 준전문가 정도는 되지 않을까? 이처럼 가정에서의 노력들과 동시에 학교에서도 문제행동 개선을 위한 직접적이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수시로 어머니와 소통하며 가정과 교실의 상황을 피드백 하였다. 초기에는 아이가 학교를 가기 싫다며 울기도 하였다. 예전과 달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학교를 기피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석 달이 지나자 점차 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단 친구를 밀치고 보는 행동도 줄어들었고, 고집을 피운다고 한 시간씩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모습도 개선되었다. 가정에서도 가족들이 놀랄 정도로 변한 모습에 칭찬 일색이라고 하였다. 물론 한 두 번의 져주고 존댓말 한 것이 다는 아닐 것이다. 어떻게든 아이를 중심에 두고 가정과 학교가 믿고 소통한 것이 아이가 점차 변하게 된 시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문제행동 속에는 공통 요인이 있고, 진행 과정에 일정한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초등학생들의 문제행동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심각해지고 있지만, 문제 원인을 파악하여 대처하면 2~3회의 상담으로도 많은 개선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 행동을 초기에 잡지 못하면 고학년으로 성장하면서 더욱 악화되고 후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그래서 가정과 학교의 소통이 더욱 강조되는 것이다.

3월부터 4월 초, 학교에서는 기간을 정하여 신학기 상담을 실시한다. 특히 가정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우리 교육청에서는 ‘학생 및 학부모 상담주간’을 운영하여 학기 초에 학생 맞춤형 교육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나누고 교육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가정과의 소통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학교에서도 상담주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 담임을 만나는 부모님이나 부모님을 만나는 담임이나 서로 긴장이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부담 없이 찾아오시길 권하고 싶다. 결국 기-승-전-‘아이’ 아니겠는가? 서로 우리 아이 때문에 만나는 것이니 감정적 접근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아이에게 다가가는 소통의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 김서영 동평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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