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수 시조시인

천리향 꺾어 들고 나비수국 깨운 바람
엄마 품 우리 아기 나비잠도 깨우겠네
긴 고랑 텃밭에 들어 나비 떼나 깨우렴

높고 넓은 하늘 난간을 건너온 봄바람이 두 팔을 위로 올려 새근새근 나비잠을 자는 아기를 깨울까 걱정하는 화자의 마음이 설핏 보인다.

나비 ‘떼’는 꽃이 흐드러지게 핀 정경을 은유한다. 나비의 날개가 여든여덟의 형태로 바뀐다. 어느 춤꾼이 그 춤사위에 견줄 수 있을까.

그것은 자연만이 만들 수 있는, 흉내조차 어려운 무희다. 화자는 바람이 나비수국을 깨운 뒤 장난기가 도져 아기 곁에 갈까 조마조마하다.

텃밭으로 시선을 끌어 ‘나비 떼나 깨우’라고 타이른다. 꽃밭에 잠든 아기는 천상의 사람. 곧 천사와 다르지 않다.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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