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책이라도 허점 있기 마련
시민의 환영 못받는 정책이라면
원인분석과 대처로 고쳐 나가야

▲ 김도하 내과의원장

연말이면 국가건강검진을 미루다 늦게나마 하겠다는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건강검진을 하는 병원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검진을 하신 분들 가운데는 “처음에는 검진하라고 문자로 여러 번 연락이 오더니 나중에는 막 전화까지 하면서 오라고 하는 바람에 귀찮아 죽겠더라, 그런데다 검진을 하지 않으면 큰 불이익을 당하는 것처럼 얘기를 해서 할 수 없어 갔지”라는 식의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검진 대상자가 되는 독자들은 이런 경험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정부기관에서 검진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개인에게 서신이나 문자로 한두 번 보내고 늦게까지 검진을 하지 않으면 독촉장을 보낼 것이다. 그런데 사설 건강검진기관은 연초인 요즘부터 계속 문자와 전화로 독촉을 하고 있다. 검진을 하지 않으면 큰 불이익을 당한다는 것과 같은 터무니없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외국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상상을 할 수 없는,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현상이 아닐까?

이에 대해 건강검진을 시행하는 의사들의 모임인 대한검진의학회에서 “사설기관인 건강관리협회와 일부 종합병원 검진센터에서 여러 방법으로 환자를 유인하고 있는데, 이런 사실은 공정거래위반이 될 수도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이는 개인정보보호의 취지에도 어긋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어쩌면 황당하고 후진적인 일이 매년 반복되고, 또 개선되지 않고 방치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렇게 해서라도 건강검진 수검률을 올리기 위해서 일 것이다.

반면에 지역암센터, 암관리사업협의체, 자원봉사자, 암예방 서포터즈 등 많은 분들은 시민의 건강을 위해 선의로 조기암검진 등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가 암검진 전체 수검률은 실망스럽게도 40%를 넘지 못했고, 최근 조금씩이나마 증가하던 수검률이 전년과 대비해서도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정부에서 돈을 들여 건강을 관리해주겠다는데 왜 검진을 하지 않느냐는 식이지만, 막상 건강검진을 하러 가면 정부의 혜택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실망하게 되고, 본인이 원하는 정도의 검진을 하려면 더 많은 경비를 들여야 한다는 현실과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살기가 팍팍해지니까 건강은 관심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지난해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주겠다며 3조원 일자리 지원 자금이 집행되었다. 필자도 자영업자의 범주에 해당되는지라 긴가민가하면서 가능한지 알아봤으나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러 기관에서 신청하라는 연락이 계속해서 왔었다.

한 언론사가 지난해의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 과정을 추적하면서 집행의 심사를 담당한 일부 심사원들로부터 일자리 안정자금이 얼마나 허술하고 무리하게 집행됐는지에 대한 실상을 취재하여 보도한 적이 있다. 중복지급도 많았고, 심지어 사업장으로부터 “일부러 신청 안했는데 주면 어떡하나”라는 항의전화까지 받았다고 했다. 마치 영업사원이 된 것처럼 열심히 나눠주기를 했으나 예산의 85%를 집행하는데 만족해야 했다고 말하는 심사원도 있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허점은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허점이 나타날 때는 고치면서 나가야 하고, 정책과 현장의 간극이 있다면 이를 메우려고 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시민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정책이라면 적극적인 원인분석과 적절한 대처가 있어야 한다.

최근 울산에서도 중소상인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놓은 오프라인 간편결제시스템인 제로페이가 도입됐으나 아직 사용률이 미미한 실정이다. 정부는 소상공인을 위한 혁신적 조처라고 홍보를 하는데,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한 쪽을 희생해서 다른 쪽으로 주는 행위라고 반발도 있어 걱정스럽다.

올해도 수많은 공공인력이 정부의 혁신적이란 정책을 홍보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뛰어다닐 것이다. 혁신은 어디에서 오고 누가 만들어 가는가? 역사적으로 기술 혁신은 전쟁 중에 가장 많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현시대에는 살아남으려는 절실함이 있는 기업과 소상공인이 혁신의 주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들이 원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으로 국민이 줄 서서 참여하는 복지를 기대해 본다. 김도하 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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