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기척도 없이 다녀간 봄밤입니다
모처럼 길을 나선 서귀포 봄밤입니다
백목련 손수건 몇 장 툭, 놓는 봄밤입니다

▲ 김정수 시조시인

봄비가 발뒤꿈치 들고 몰래 다녀간 서귀포 봄밤, 꽃들에서 향기가 어우러져 싸늘하고 빙초산 같은 밤의 정취는 천금과도 바꿀 수 없다.

화자는 하얀 접시를 닦아 엎어놓은 듯 다투어 핀 꽃이 툭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한다.

나무들은 넉넉한 마음을 가졌기에 함부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그것은 뒤따라오는 꽃들에 자리를 내주기 위해 갈길을 서두른다.

시인은 봄비가 다녀간 서귀포를, 초·중·종장 모두 순백의 꽃이 지는 봄밤, 작별의 아쉬움을 숨겨두고 가볍게 손수건이라 했다.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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