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태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 지난 9일 2019 울산박물관대학의 첫 강의를 진행한 전호태 울산대(역사문화학과) 교수. 강의에 앞서 박물관 마당에서 대곡천 암각화군의 세계유산등재와 고대고분벽화에 대한 폭넓은 주제의 인터뷰가 이뤄졌다.

중국·북한의 고구려 유적
세계유산 공동등재 과정서
남한 전문가로 깊이 관여

대곡천 암각화군 등재 위해
고군분투 중인 울산시에
그의 세계무대 경험은 희망

반구대암각화연구소 운영
단독 연구서 펴내는등
암각화연구에 왕성한 활동

전호태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가 2019년 울산박물관대학의 첫 강의를 진행했다.

그는 한국고대문화사의 대가(大家)다. 전 교수의 학술활동은 늘 주목받는 편이지만, 올해 특별히 더 그렇다. 울산시가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을 낀 ‘대곡천 암각화군’을 문화재청 세계유산 우선등재 후보로 올리기위해 신청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수십년 간 반구대암각화 뿐 아니라 한반도 전반의 암각화 연구를 총괄해 왔다. 15년 전에는 북한의 고구려 유적이 중국의 역사유적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것을 막는데 일조했다. 그의 연구실적과 세계무대 경험이 세계유산 도시를 열망하는 울산시에 적지않은 힘이 되어 줄 것만 같다.

전 교수의 주 전공은 고대 고분벽화다. 하지만 반구대와 천전리와도 인연이 꽤 깊다. 1988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만든 정신문화대백과사전에 반구대와 천전리에 대한 원고를 싣는데 참여했다. 1993년 울산대로 오면서 암각화와 더 가까워졌다. 지역의 문화재에 관심을 갖는 게 지역대학 교수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부임 직후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모 방송사와 협력해 사학과 학생들과 반구대암각화 전면을 탁본했다. 한국암각화학회의 전국학술대회에도 참여해 <한국의 암각화>(1995)를 묶어냈고 지금까지도 연구서 출간은 계속된다. 2011년부터는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를 운영했고 2014년에는 <울산반구대암각화연구>라는 단독 연구서를 한글본과 영문본으로 펴냈다. ‘반구대암각화’에 관한, 연구자 개인의 학술적 고찰을 담은 연구서로는 아직도 이 책이 유일하다.

전 교수는 내년까지 최소 4권의 책을 더 낼 예정이다. 그 중 하나가 ‘천전리 각석’에 대한 연구서다. 천전리각석이 반구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가 더디되고 있어, 의미와 가치 면에서 아직 밝혀야 할 부분이 더 많다는 입장이다. 가제 <울산천전리각석연구>는 내년 여름 즈음 출간된다.

“천전리는 반구대암각화보다 훨씬 더 오래 전 새겨졌을 겁니다. 바위 표면에서는 신석기부터 통일신라를 거쳐 현대의 흔적이 중첩되죠.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표면에는 날카로운 것으로 긁은 수천개의 선이 있어요. 이처럼 바위에 소원을 비는 행위는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돌에 대한 신앙의 결과물이지요. 아마 국보지정 직전까지도 행해졌을 겁니다.”

그는 국경을 너머 유네스코 세계유산 작업에도 꽤 오랫동안 관여했다. 대표적인 작업은 중국과 북한이 고구려유적을 세계유산으로 공동등재 했을 때다. 중국이 우리의 고구려 유적을 자국의 역사로 단독 등재하려 할 때, 이를 막기위해 북한의 고구려 유적을 함께 등재시키는 방안이 절실했다. 같은 역사를 가진 남북이 이를 위해 힘을 모아 공동의 작업을 펼쳤고 이에 2004년 7월 고구려 유적이 중국의 유적이 아니라 중국과 북한에 걸쳐 광범위한 유적이라는 것을 세계에 알리며 세계유산 동시등재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전 교수는 이 때 2004년과 2005년 열흘씩 북한을 다녀왔다. 그의 방북기는 ‘대고구려’ 타이틀로 공중파 3부작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 2012년에는 유네스코가 북한의 고구려 고분을 10년에 걸쳐 보수·보존작업을 펼치게 되는데, 비용 일부를 남한이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통일부와 외교부를 설득하고 자문하는 역할도 맡았다. 이후 프랑스파리에서 유네스코가 추진한 세계유산 고분벽화전에도 참여했다. 고분벽화가 세계회화(그림)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리는 전시감독으로 활약했다.

그뿐 아니다. 강릉이 고향인 전 교수는 강릉단오제(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가 2005년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도 문화재청 위원회에서 조율자로 활동했다.

“대곡천 세계유산 우선등재 노력이 성공하면 좋겠습니다.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내경쟁일 뿐 유네스코 본선은 더 험난하죠. 학문적 결과나 연구자들이 이를 위해 더 뭉쳐져야 할 것 입니다. 그같은 성과물이 2차, 3차로 풀어져서 일반인도 공유하도록 해야 합니다. 울산이 한반도 암각화, 이를 너머 세계 암각화 연구의 성지가 되어야 할 것 입니다.”

전호태 교수는 서울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한국암각화학회장, 미국UC버클리대와 하버드대 방문교수, 문화재청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한국의 암각화, 고구려 고분벽화, 중국고대미술에 관한 글을 다수 발표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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