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대시장도 ‘실명제’ 실시
임대수입 투명화해 과세 강화
임대차 모두 세금부담 커질 우려

▲ 권문업 우성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

정부가 주택 매매처럼 전월세 거래도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월 “현행과 같은 자발적인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정책으로 임대시장 전반에 대해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매매 거래처럼 전월세도 실거래 내역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전월세 신고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대차 계약의 투명성을 높이면서, 임대인의 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주택 매매 거래에 대한 실거래가 신고 제도는 지난 2006년 도입돼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 실거래가 기반의 과세 체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임대차 거래에 대해서는 이런 신고 의무가 없어 정부가 모든 전월세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주택은 계약 변경시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 신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반 주택의 임대차 현황은 세입자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확보를 위해 동사무소에서 받는 확정일자 자료나 근로소득자인 세입자의 월세 세액공제 등을 통해 얻는 것이 거의 전부다. 문제는 확정일자를 받거나 월세 세액공제를 신청하는 경우가 제한적이어서 임대정보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주택 임대차에 대해서도 실거래가 신고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전월세 거래 정보가 한정됨에 따라 임대정책 수립과 세입자 보호에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간 ‘음지’에 있던 주택 임대수입을 ‘양지’로 끌어내 공평과세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임대시장은 월세를 위주로 하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전세 형태가 전체 임대차 시장의 70~80% 이상을 차지했다. 전세는 계약기간 만료시 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인 만큼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요구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저금리가 장기화로 여윳돈으로 임대사업을 하려는 투자 수요가 늘면서 월세 비중이 전체의 30~40%로 높아졌고, 전셋값 상승으로 강남 등지에 수십억원대의 고액 전세도 증가하면서 고액 보증금과 월세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국감정원이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을 통해 분석한 결과 현재 서울에서 임대용으로 사용중인 주택 118만5000여가구 가운데 공부상으로 임대료 파악이 가능한 임대주택은 약 49만5000가구인 41.7%에 그친다. 나머지 58.3%(69만가구)는 임대정보를 알 수 없는 것이다. 지방은 더 심각해 임대중인 주택 478만2000여가구 가운데 공부상 임대정보가 없는 주택이 약 378만7000가구로 79.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증금이 소액이어서 보증금 보호 필요성이 적은 경우, 반대로 보증금이 고액이어서 자금출처조사나 증여세 추징을 당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확정일자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이번에 전월세 신고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이런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월세 신고제 시행은 곧 ‘전월세 실명제’의 도입이어서 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상당할 것이다. 전월세 신고제로 임대인과 임차인에 대한 정보는 물론 임대차 계약 내용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사실상 주택 실명제, 금융실명제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 과거에 비과세였던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분리 과세가 시행되기 때문에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되면 세원 파악과 세금 부과가 손쉽게 진행될 수 있다. 그동안 국세청 입장에서는 정확한 임대료 파악이 어렵고, 세금 탈루 의심 주택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 등 많은 인적자원과 물리적인 시간·노력을 투입하여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전체 주택에 대한 임대소득 과세가 사실상 불가능했었다.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되면 임대인이 수입이 낱낱이 공개돼 세무당국에서 손쉽게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근 종합부동산세 인상, 공시가격 상승 등으로 임대인의 보유세 부담이 커진 가운데 임대소득세까지 부과되면 집주인의 세금 부담이 단기간에 급증하게 되어 임대인이 느끼는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임대인뿐만 아니라 나이가 젊고 소득이 많지 않은 임차인의 경우 증여세가 추징될 가능성이 있고, 중개인도 전월세 거래에 따른 수입이 고스란히 노출됨에 따라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권문업 우성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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