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생활밀착형SOC(사회간접자본)를 위해 2022년까지 3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생활SOC 3개년 계획’이다. 도로 항만 철도 등의 경제기반 시설 중심의 SOC사업에서 탈피해 생활밀착형 SOC로 눈을 돌린 것은 잘 한 일이다. 시대적 흐름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인프라 구축일 뿐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격차 해소에도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잘만 활용하면 지방도시로서는 정주여건 향상을 위한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는 3개 분야 8개 핵심과제를 선정해놓고 3년간 30조원의 국비를 투입한다. 여기에 지방비까지 합치면 48조원 규모다. 10분 이내에 접근이 가능한 체육시설, 4만3000명당 공공도서관 1개 등의 목표를 설정했다. 공보육과 공공의료, 공립노인요양 시설 등의 확충방안도 구체화했다.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한 지하공간통합지도 구축, 미세먼지 저감 숲·휴양림 조성 등도 계획돼 있다.

그러나 울산 등의 지방도시로서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도 크다. ‘지역주도­중앙지원 방식’이라고 하면서 너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어 지역의 특성이나 자율성이 반영될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기존 시설의 리모델링이나 지역특성이 반영된 새로운 시설 등도 가능하도록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시설의 구축 보다 더 어려운 것이 운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지방도시들이 엄두를 내기도 쉽지 않다. 체육·문화·의료·보육 시설들은 하나같이 돈 먹는 하마가 아니던가. 운영을 위한 인적자원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지방도시들의 현실이다. 결국 수요가 많은 수도권 도시들에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사실상 울산과 같은 광역도시는 문화시설의 경우 생활SOC 보다 더 필요한 것이 대형 문화공간이다. 소규모 공립시설의 증설은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따라가기 어렵다. 수도권에는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전시장과 공연장, 영화관, 생활체육시설 등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반면 울산을 비롯한 지방도시들은 고답적인 문예회관 하나에 매달려 있다. 공연이나 전시가 점점 대형화해가는 추세로 인해 지방도시의 문화시설이 아예 수용을 못하면서 지방과 수도권의 문화격차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도서관의 경우도 정부의 목표대로라면 인구 110만의 울산에는 8개의 도서관을 더 지어야 한다. 목표연도(2022년)까지 가능할까 싶다. 오히려 공립도서관과 160여개에 이르는 사설 작은도서관의 상호대차서비스시스템 구축이 훨씬 현실적이다. SOC의 개념을 건물이 아닌 시스템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지역주도­중앙지원 방식’이라는 원칙에 따른 유연성이 무엇보다 절실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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