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호크니,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 2007, 50개의 캔버스에 유채, 457.2×1220㎝.

몇 해 전 영국에서 호크니의 전시가 있었을 때, 진심으로 호크니에게 편지를 쓰려고 했다. “나는 한국의 예술인이며 당신의 팬입니다. 당신의 전시를 보고 싶은데 저를 영국으로 초대해 줄 수 있을까요?”라고. 영어가 짧은 탓에 완성되지 못한 편지가 아직 있다. 영어가 모자란 것보다는 용기가 부족했던 것이었다. 그런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가 서울에 왔다. 호크니는 지난 60여 년 동안 작품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의 회화, 판화, 드로잉, 사진 등을 시도하며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고 대중적인 예술가로 손꼽힌다.

호크니의 전시는 133점의 작품을 일곱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 제작된 회화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 (2007, 50개의 캔버스에 유채, 457.2×1220cm)는 보는 이를 압도하게 만드는 규모의 작품이다.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전시장의 마지막 즈음에 있는 이 작품은 멀리서 보면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로 되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50개의 캔버스가 합쳐져 하나의 회화작품을 만들고 있다. 그 앞에는 벤치가 마련되어져 있고, 관객들은 오랫동안 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맞은 편 그랜드 캐니언을 그린 회화작품의 색과 대비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 두 작품 모두 인상 깊게 느껴진다. “나는 항상 그림이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의 어록 중 가장 공감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8월4일까지 진행된다. 기간이 많이 남았다고 미루다보면 놓치는 전시가 많다. 시간을 만들어 보러가는 것을 필자는 적극 추천한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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