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의 혼란 느끼는 모순의 시대
혼란과 갈등 극복하고 소통하려면
다른 생각들을 대화로 푸는 지혜를

▲ 서태일 말레이시아 알미늄(주) 공장장

모순(矛盾)이란 창과 방패(防牌)라는 뜻으로,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 일치되지 아니함을 말한다. 그 유래는 중국의 전국시대 초(楚)나라에 무기상인에서 비롯된다. 그는 시장으로 창과 방패를 팔러 나갔다. 상인은 가지고 온 방패를 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이 방패를 보십시오. 아주 견고하여 어떤 창이라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창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여기 이 창을 보십시오. 이것의 예리함은 천하일품, 어떤 방패라도 단번에 뚫어 버립니다.” 그러자 구경꾼 중에 어떤 사람이 말했다. “그 예리하기 짝이 없는 창으로 그 견고하기 짝이 없는 방패를 찌르면 도대체 어찌 되는 거요?” 상인은 말문이 막혀 눈을 희번덕거리고 있다가 서둘러 달아나고 말았다고 한다.

세상사 모든 일들이 앞과 뒤가 서로 일치되는 것이 매우 드물다. 그것은 사람마다 같은 사물이나 논리를 보는 각도와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관련된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야 할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대체로 나름의 논리를 만들어 상대를 설득한다. 그 과정이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때로는 지연, 학연 및 모든 조직을 동원하기도 한다. 목표 달성 후 참여한 대부분이 잊어버리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들은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에 처음 그 계획을 들을 때는 그럴싸하여 동의하였는데 막상 실행을 해 놓고 보니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들이 발견 되어 논란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한 것이 모순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성과, 원자력 발전의 문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시간의 문제,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이 추구하는 목표와 실행 방법의 차이 등 수많은 정치적, 사회적 토픽(Topic)거리가 대부분 모순을 품고 있다.

변증법은 모순 또는 대립을 근본원리로 하여 사물의 운동을 설명하려고 하는 논리이며 문답을 통해 진리에 도달하는 방법인데, 모순적인 사고방식이 사상의 발전과 세상의 발전에 지금도 많이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한 토픽을 두고 그것을 정의하고 평가하는 수많은 주장과 의견 속에서 진정한 자신의 견해를 정립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인 것 같다.

이러한 경우에는 시간이 답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그 계획의 실행 결과를 경험하거나 느끼고 난 다음에야 수긍하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로의 건설 결정과 과정이 그 시대에 큰 혼란을 가져 왔으나 환경의 훼손 보다 훨씬 큰 이익이 있음을 경험하고 난 다음에야 그 결정에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숲속에 난 도로를 야생동물이 건너가면 그 동물이 도로를 침범하였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사람들이 도로를 건설하여 숲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이와 같은 모순적인 사고방식이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사회를 발전시키고 통합해 가는 과정이 되는데, 갈등과 분열을 줄이면서 진행되어 간다면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 방법을 찾는 것은 어려운 모양이다.

가치관의 혼란 속에 살고 있는 우리를 모순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표현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지금이야 말로 혼란의 과정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지혜를 모아 하나 된 생각으로 혼란을 극복해야 할 때이다. 정치리더들이 주창하는 사회대통합의 약속은 많은 이권과 권력의 다툼 때문에 지키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언제인가 누군가가 이 일을 해 낸다면 그는 영웅이 될 것이다. 서태일 말레이시아 알미늄(주) 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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