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공급 차질로 국제유가 상승
3대 주력산업 모두 유가에 민감
산업별 영향 분석후 대책 세워야

▲ 이창기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장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올초부터 꾸준히 상승하는 흐름을 이어가더니 지금은 연초대비 35%나 뛰었고(두바이유 기준) 추가상승도 이상하지 않게 여겨진다. 유가가 지난해 10월 이후 하락하면서 대다수 예측기관들은 향후 완만한 하락 내지 보합수준을 예상했기 때문에 금번 유가 상승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2일 당초 4월까지 예정되었던 유류세 한시인하 조치를 8월까지로 4개월 연장한 것도 최근의 유가 상승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유가는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글로벌 성장세 확대에 따른 원유수요 증가, OPEC의 감산 이행으로 꾸준히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후 글로벌 성장세가 점차 둔화된 가운데 OPEC총회(2018년 6월말)에서 증산계획이 발표되고, 10월초 이후 글로벌 주가하락과 함께 투기 심리도 약화되면서 지난해 말까지 하락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작년 12월중 OPEC에서 합의된 감산목표치가 올해 들어 초과 달성되고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이란 및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 제재와 리비아 내전에 따른 수급 불안 우려도 유가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유가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OPEC+ 감산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의 생산 차질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으며 통상 5월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 도래가 원유수요의 상승을 유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성장률 전망 둔화 및 주요국 경제지표 부진 등이 원유 수요를 약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OECD가 지난달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을 3.5%에서 3.3%로 0.2%p 하향조정한데 이어 IMF도 얼마전 3.7%에서 3.3%로 0.4%p 낮추면서 수요측 하방 압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EIA(미국 에너지 정보청) 등 주요 예측기관들은 2019년 국제유가 전망을 배럴당 62.8~71.5달러로, 2020년 전망을 59.7~65.8달러로 완만히 하향하는 형태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에너지 증산정책 및 원유수출 제한 해제에 따라 미국의 원유생산이 늘어나는 점도 점차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17년 이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셰일오일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으며 원유수출도 본격화되어 수출대상국도 캐나다 중심에서 아시아 및 유럽 국가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시추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 및 높아진 가격경쟁력에 힘입어 향후에도 미국의 원유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시장 점유율 경쟁을 의식한 러시아 및 OPEC주요국이 감산을 중단하고 증산에 나설 경우 유가하락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5월에 결정될 미국의 이란 제재 연장여부,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향방은 여전히 국제유가 변동의 불확실성으로 자리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 조선, 자동차, 석유정제·화학 등 주력산업이 모두 국제유가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국제유가 변동이 울산의 주요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원인별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유가상승은 주로 원유 공급차질에 의한 것으로, 세계경기 수요증가에 의해 국제유가가 상승했던 지난해와는 차이가 있어 금번 상승에 대한 부정적 영향에 대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증분석결과에 따르면 수요증가에 의해 유가가 상승하였을 때 울산 제조업 생산이 증가했던 반면, 공급차질 및 투기적 목적에 의한 유가상승시에는 제조업 생산이 감소하였다. 산업별로는 원유 공급차질에 의해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석유정제·화학 생산은 상대적으로 작은 영향을 받았으나 자동차와 전기전자 산업의 생산이 큰 폭으로 감소한 바 있다.

따라서 국제유가의 변동이 단기적 혹은 장기적인지 면밀히 살펴볼 수 있도록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함과 동시에 변동의 원인을 파악하고 원인별로 맞춤형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국제유가 변동이 각 산업에 미치는 직접효과 뿐만 아니라 산업간 파급되는 간접효과도 고려하여 산업별 구조적 특성을 고려한 미시적 정책대응을 마련해야 한다. 공급충격에 의한 유가 상승시 석유정제·화학제품 자체의 생산은 증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역내 다른 산업들의 생산감소에 의해 이들 산업의 생산 역시 최종적으로는 감소하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창기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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