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정치부 기자

울산 청소년의회 구성 및 운영 조례 제정여부를 두고 시작된 찬반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초 논란이 된 시점부터 거의 3개월이 지나는 동안 협의점을 찾기는커녕 오히려 찬반간의 대립각이 커지고 급기야 법적 공방으로까지 확전될 분위기다. 민의의 전당이라 불리는 의회에서 주민 대표로 선출된 시의원들이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채 갈등만 빚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답답하기만 하다. 가장 큰 문제는 그 누구도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상대 탓만 하며 잘잘못을 운운하고 있다는 것이다. 찬반 양쪽 모두 겉으로는 상대의 주장을 이해하고 충분히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 것처럼 표현하지만 속으로는 무조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는게 사실이다. 찬반 대립 속에서 중재안을 이끌어낼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0일 제203회 시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장 안팎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한번 보자. 이 날은 청소년의회 구성 조례가 상정되는 날이 아니었지만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단체 등은 본회의장 앞에서 조례 발의자 사과 및 사퇴 등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며 본회의를 방해했다. 청소년의회 조례 제정을 강행하려는 시의회에 대한 항의였다. 이날 한 시위자는 사전에 허가받은 경우에 한해 방청석에 입장할 수 있다는 시의회 회의 규칙을 어기고 본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본회의장에 난입해 피켓 시위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또 본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시의원들과는 몸싸움까지 벌였다.

시의회는 청소년의회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지 거의 3개월이 되가도록 공방만 벌이고 있다. 청소년의회 조례를 담당하는 운영위원회는 두 차례나 의원 정족수 부족으로 회의를 열지 못했다. 일부 시의원은 지난 10일 시위자들에게 자극적인 발언을 하며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시위자들의 집단적 감금 및 강요, 물리적 가해 등의 행위로 민주주의가 무참히 짓밟히고 동료의원은 전치 3주의 피해를 입었다고 기자회견과 논평을 통해 정치적 공세만 펴고 있다. 단순 밀고당기기 정도의 몸싸움이 아닌 민주당측의 주장대로 일방적인 집단 감금·폭행을 당한거라면 피해 당사자가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하는게 바람직한데 ‘정치적 부담’ 등 여러 이유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의회 양당인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 민주당 시의원단은 “한국당이 비민주적 행위에 대해 외면한다”고, 한국당 시의원단은 “민주당이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서로 공방만 벌이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의회 여야가 대화 창구를 마련하고 청소년의회의 필요성에 대해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우선 청소년 정책에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게 가장 큰 목적인 만큼 우선적으로 울산시가 운영하는 청소년참여위원회나 시교육청의 원탁회의 등을 보다 활성화해 청소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방안이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현재 제도에서 청소년의회가 아닌 이상 방법이 없다면 찬반측의 공정한 참여 속에 공청회를 다시 열고 논의하면 된다. 이 경우 운영주체로부터 동의를 받는 것도 필수적이다. 더이상 민의의 전당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 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는건 찬반 양측 모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대화창구를 가동하며 답을 찾아내는 시의회의 모습을 기대한다. 이왕수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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