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기옥 울산시의회 교육위원장

울산시의회 이미영 의원이 발의한 청소년 의회 조례 제정을 둘러싸고 지역 교육계 안팎에서 시끄럽다.

청소년 조례 제정에 따른 문제점을 살펴보면, 첫째, 울산지역 12~18세 청소년 인구는 약 9만 명에 달한다. 조례에 25명 이내로 청소년의회를 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비율상 학교 4~5곳에 1명, 청소년 3600명에 1명꼴로 청소년의원이 선출된다. 청소년의원 후보들은 4~5개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약 발표는 물론 온·오프라인을 통한 선거운동을 해야 하고, 청소년의원 선거가 소위 ‘깜깜이 선거’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한데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100여개 중·고교에서 선거를 실시하기 위해선 엄청난 인력과 장비와 예산이 필요하다.

둘째, 운영에 대한 우려도 있다. 청소년의회가 청소년 정책을 직접 만들고 제안하기 위해선 전문위원실 또는 입법정책부서 차원의 법적 검토, 회의 진행을 위한 지원, 선거 실시를 위한 인력 등도 필요하다. 타 시도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은 울산의 경우 광역의회의 업무를 모두 수행해야 하는 울산시의회 사무처가 시의원 지원에 이어 청소년의회까지 맡아 운영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즉 인원 충원과 예산이 1억 원 정도 투입되어 결국 시민들의 부담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청소년의원을 선출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우선 청소년의회를 통해 정식 안건으로 심의·의결되도록 해야 하고, 이를 시의회가 시정에 반영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시의회의 벽을 넘더라도 예산 집행기관인 울산시 또는 시교육청이 현실적인 이유로 ‘추진 불가’ 결정을 내리면 공약은 물거품이 된다. 즉 장밋빛 공약에 불과하여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넷째,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이 의회 조례 제정을 함에 있어서 여야가 합의되지 않고 민주주의 원리인 다수결에 따라 처리한다면 그 후유증은 말할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시민과 학생, 학부모 등의 공감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다섯째, 청소년 의회 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는 반쪽 공청회로 전락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민과 학부모와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청회란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전문가나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국민을 참여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번 청소년 의회 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는 그러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즉각 이 조례 제정을 중단해야 한다. 공청회는 명분쌓기용 보여주기식에 불과한 의례적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정당성이 훼손된 행사임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여섯째, 청소년 조례 제정에 따른 각계각층에서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주체측에서는 민의를 경청해야 한다.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학생들의 정치 수단화 이용 우려, 학습권 침해, 학교현장 황폐화 등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일선 학교 입장에선 청소년 의회에서 학교의 입장에 반하거나 교육적인 못한 사회적 이슈 혹은 종교적 문제나, 정치적인 문제에 대한 사안을 조례로 제정 시 합법적인 의사기구의 결정으로 학교 교원들의 신분 제약 등 학교가 청소년 의회 결정에 종속될 수 있다.

동료 의원 측면에서 살펴보면, 밀어붙이기식 다수결 횡포에 의한 동료 의원 사기 저하 및 협치 정치 상실 등으로 비애감이 들 정도임을 감안하시길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은 감수성이 풍부한 시기이므로 정치현장에 너무 어린 나이에 투입되는 것보다 학교현장에서 학업에 전념하면서 진로를 결정하도록 어른들이 도와야 한다고 본다.

또한, 막대한 예산과 인원을 투입하면서 청소년 의회를 만드는 것 보다 학교현장에서 학생회를 통한 의견 수렴 및 반영 등 활동하며, 교육청 주관의 청소년 대토론회 등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진정으로 바라는 사안들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 의견들을 교육현장에 반영하여 행복한 학교생활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천기옥 울산시의회 교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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