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도서관 개관 1주년을 맞아)

▲ 소래섭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 교수

당신에게 책은 무엇이었을까.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내가 받은 어떤 교육보다도 책읽기가 유용한 교육이었다”라고 말했다는데, 당신이라면 어떻게 말할까. 비록 빌 게이츠같은 억만장자는 아닐지라도 당신도 꽤나 많은 책을 읽었을 것이다. 십중팔구는 제목도 기억나지 않을 테지만 그 중 몇 권은 틀림없이 어떤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그 흔적이 지금의 당신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물어도 되겠다. 당신을 만든 책은 무엇이었을까.

당신을 만든 책들로부터 멀어지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당신을 책망하기 위한 물음이 아니다.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니까. 오늘은 고단하고 내일은 불안한 사람에게 독서란 사치에 불과하다. 어쩌다 여유가 생기더라도 책에 손이 가는 경우는 드물다. 짜릿한 흥분과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는 것들은 책 말고도 세상에 널렸다. 게다가 사실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책을 읽지 않고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그러니 책을 가까이 하지 못하며 사는 ‘당신이 옳다.’

그렇게 살면서도 당신은 왜 책에 미련을 끊지 못하는 것일까. 책에 그나마 믿을 만한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이기도 하지만 쓰레기의 바다이기도 하다. 그에 비하면 오랜 시간을 들여 집필되고 여러 번 검토를 거치는 책의 신뢰도는 훨씬 높다. 독서에서 얻는 즐거움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책보다 재미있는 것도 수두룩하지만 어떤 책은 어느 오락 못지않게 쾌감을 안긴다. 그런 책을 만나면 즐거움에도 여러 층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더 재미있는 책을 찾아 나서게 된다. 무엇보다 당신이 책을 버리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당신이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이 “모든 독자는 자기 자신의 독자다”라고 말한 바 있듯, 책 속에는 길이 아니라 당신이 있다. 당신이 여전히 알지 못하는 당신이 있다. 아직 모르는 자신의 모습이 궁금해 책을 놓을 수 없는 ‘당신도 옳다.’

당신은 알고 있을까. 책을 읽고 싶은 당신 가까이에 울산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울산도서관은 2018년 4월26일 개관했다. ‘자료실, 대강당, 전시실, 종합영상실, 문화교육시설 등을 갖춘 복합문화교육공간’이자 ‘울산내 18개 공공도서관과 175여 개의 작은도서관을 지원하는 울산 도서관 정책의 컨트롤타워’라는 도서관 측의 설명은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사실을 몰라도 한 번만 가보면 다시 가고 싶어질 테니까. 도서관에 어울리는 주위 풍경이 독서의 운치를 더하고, 새 도서관이라 새 책이 가득하다. 어린이자료실과 유아자료실이 따로 있어 아이와 함께 머물기 좋고, 울산지역자료만 모아둔 공간은 울산도서관에서만 만날 수 있다.

도서관의 수많은 책 중에서 당신은 어떤 책을 고르게 될까. 아이에게는 어떤 책을 권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할 당신을 위해 울산도서관이 먼저 고민했다. 작년까지는 추천 도서를 선정하고 독후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교육청과 구·군이 독자적으로 진행했으나, 올해부터는 지역 대표 도서관인 울산도서관이 ‘책 읽는 울산, 올해의 책’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해 추진하게 되었다. 성인 부문은 울산도서관에서, 어린이·청소년 부문은 교육청소속 남부도서관에서 사업을 진행한다. 선정과정은 까다롭고 힘들었다. 공모를 통해 시민들이 추천한 1125권의 도서 중에서 2번의 위원회 논의와 시민선호도 조사를 거쳐 성인 부문 1권, 어린이·청소년 각 2권을 선정했다. 울산도서관에서 선정하는 첫 추천도서라 정덕모 관장을 비롯한 도서관 관계자와 선정위원 모두 각별히 신중을 기했다. 시의성, 접근성, 지역성, 작품성 등 여러 기준을 고려했다.

그토록 공들여 선정한 책은 무엇인가. 성인 부문 추천도서는 정신과 의사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이다. 제목만으로 무슨 내용인지 알 듯한 책이다. 상대를 인정하고 공감하라는 이야기, 맞다. 그런데 읽어보면 반전이 있다. 이 책은 ‘당신’만이 아니라 ‘나’를 위한 책이고, 상처받은 ‘당신’과 이야기하는 법을 일러주는 책이다. 울산도서관이 선정한 첫 번째 ‘올해의 책’으로도 썩 잘 어울린다. 도서관은 책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자, 수많은 당신이 만나 소통하며 도시를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중심이기 때문이다. 소래섭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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