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 입 열었지만…공소시효 지난 혐의 주로 인정
김 전 차관에게 무고 고소당한 여성 ‘맞고소’로 대응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재수사를 위한 검찰 수사단이 29일 출범 한 달을 맞은 가운데 검찰은 뇌물 혐의를 밝혀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58) 씨가 합동해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특수강간 의혹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으나 공소시효 문제 극복이 만만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윤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윤씨 소환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네 번째다. 수사단은 윤씨를 앞으로도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한동안 진술을 거부하던 윤씨는 지난 25일 2차 소환조사 때부터 입을 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별장 동영상’을 자신이 촬영했으며, 동영상 속 등장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인정한 데 이어 골프 접대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김 전 차관에게 “검사장 승진 청탁에 쓰라”며 2008년 이전 수백만원이 담긴 돈 봉투를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윤씨는 유력 정치인의 친형인 A씨에게 참여정부 청와대와 인연이 있던 의사 박모 씨를 소개받았고, 박씨에게 김 전 차관의 검사장 승진 청탁을 넣었다고 주장해왔다. 김 전 차관은 2007년 2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뇌물 액수가 3천만원 이상이면 형법 대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며, 공소시효는 10년이다. 반복된 동일한 범죄를 이후에 일어난 범죄와 하나로 묶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일죄’를 적용하면 마지막 뇌물수수 시점이 2009년 이후일 때 기소할 수 있다. 윤씨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어려운 금품 제공·접대 사실은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1억원 이상 뇌물을 받았을 경우 공소시효는 15년으로 늘어난다. 2007∼2008년에 받은 뇌물도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수사단은 윤씨 수첩에 적힌 일정, 메모 내용 등을 근거로 김 전 차관과의 금전 관계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이를 통해 김 전 차관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다방면으로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4차 소환조사에서도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의혹을 집중적으로 캘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전 차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해온 여성 B씨는 이날 김 전 차관을 서울중앙지검에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앞서 김 전 차관은 B씨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2013년 검경 수사 당시 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거짓 진술을 했다며 지난 9일 B씨를 무고로 고소한 바 있다.

B씨의 변호인은 “김 전 차관이 허위 사실이 기재된 고소장을 수사기관에 제출함으로써 B씨를 무고했다”고 “B씨는 2008년 3월께 윤중천 소유의 원주 소재 별장에서 김 전 차관과 윤중천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본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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