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 시인 ‘열하일기’(박지원 저, 이가원 역 / 올재)

▲ 추천 도서인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소개하는 문영 시인. 임규동기자
문영 시인은 당연히 <열하일기>를 ‘한권의 책’으로 추천했다. 누구보다 많은 책을 읽었지만 <열하일기>는 그에게 있어 매우 각별하기 때문이다. 1980년초 첫 월급으로 <열하일기>를 사서 완역본을 처음 읽은 후 지금까지 여러가지 번역본을 두루 50번 넘게 읽었다. <열하일기>를 따라 중국을 두번이나 다녀오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열하일기>를 따라간 기행문 <발로 읽는 열하일기>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왜 <열하일기>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열하일기>를 읽는다는 것은 연암을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하는 길”이라며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통하여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문제점을 점검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열망을 담고 있다”고 답했다.

‘열하일기’는 연암 박지원이 마흔네 살 때인 1780년(정조 5년) 청나라 건륭황제 칠순 잔치 사절단 일행으로 의주~요양~심양~금주~북경~열하를 다녀와서 남긴 기행문이다. 기행문이라고는 하지만 역사와 문학, 인문학과 자연 과학, 문화 풍속 등 너무나 다채로운 주제를 시와 소설, 논설, 수필, 인터뷰, 일기 등 모든 문체를 동원해 이야기하는 문학의 총체다.

문시인은 “연암은 한국의 세익스피어”라고 말한다. “실로 열하일기는 살아있는 고전으로서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이 공유하면서 통섭할 수 있는 책”이라면서 “나이가 들어서 읽으면 사물과 삶을 통찰하는 안목이 넓어진다”고 덧붙였다.

연암의 빼어난 글솜씨는 문학과 더불어 평생을 지내온 문시인이 <열하일기>를 각별히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웃음과 풍자, 현장에서 우러나온 사실성과 생생한 묘사, 기발한 발상, 일상어의 거침없는 사용 등이 글의 마력에 빠지게 한다”고 말했다. <열하일기>를 단행본으로 읽지 않은 사람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읽었던 소설 ‘허생전’ ‘호질’과 산문 ‘일야구도하기’ ‘한바탕 울 만한 자리(호곡장론)’ 등이 바로 <열하일기>에 들어 있는 글이라는 것을 안다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문 시인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33년 근무하고 2016년 명예퇴임했다. 1988년에 등단하여 <소금의 날> 등 3권의 시집과 비평집 <변방의 수사학>을 냈다. 울산지역 문학전문지 <문학 울산>의 발행인이기도 하다. 오영수문학관에서 시를, 울산도서관에서 <열하일기>를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명숙기자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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