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 시인 ‘열하일기’(박지원 저, 이가원 역 / 올재)
‘열하일기’는 연암 박지원이 마흔네 살 때인 1780년(정조 5년) 청나라 건륭황제 칠순 잔치 사절단 일행으로 의주~요양~심양~금주~북경~열하를 다녀와서 남긴 기행문이다. 기행문이라고는 하지만 역사와 문학, 인문학과 자연 과학, 문화 풍속 등 너무나 다채로운 주제를 시와 소설, 논설, 수필, 인터뷰, 일기 등 모든 문체를 동원해 이야기하는 문학의 총체다.
문시인은 “연암은 한국의 세익스피어”라고 말한다. “실로 열하일기는 살아있는 고전으로서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이 공유하면서 통섭할 수 있는 책”이라면서 “나이가 들어서 읽으면 사물과 삶을 통찰하는 안목이 넓어진다”고 덧붙였다.
연암의 빼어난 글솜씨는 문학과 더불어 평생을 지내온 문시인이 <열하일기>를 각별히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웃음과 풍자, 현장에서 우러나온 사실성과 생생한 묘사, 기발한 발상, 일상어의 거침없는 사용 등이 글의 마력에 빠지게 한다”고 말했다. <열하일기>를 단행본으로 읽지 않은 사람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읽었던 소설 ‘허생전’ ‘호질’과 산문 ‘일야구도하기’ ‘한바탕 울 만한 자리(호곡장론)’ 등이 바로 <열하일기>에 들어 있는 글이라는 것을 안다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문 시인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33년 근무하고 2016년 명예퇴임했다. 1988년에 등단하여 <소금의 날> 등 3권의 시집과 비평집 <변방의 수사학>을 냈다. 울산지역 문학전문지 <문학 울산>의 발행인이기도 하다. 오영수문학관에서 시를, 울산도서관에서 <열하일기>를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명숙기자 ulsan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