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책, 독서소모임 - (1) 꽃고래 책다방

▲ ‘꽃고래 책다방’을 만든 이유경(왼쪽 두번째)씨와 회원들이 울산시 남구 신정동 한 카페에서 4월의 도서 ‘빌뱅이 언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동수기자

전통적인 독서법은 조용한 공간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점차 혼자 책을 읽기보다 자신이 읽은 문장과 주제,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는 욕구가 높아지면서 책을 손에 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고, 그렇게 독서토론 모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함께 책 읽는 방법을 배우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사회를 구성하는 또 다른 문화공동체인 독서모임을 소개한다.

3년 전 여성 7명 주축돼 만든 모임
꽃·고래 합친 이름, 여성·울산 담아
다양한 연령의 회원 17명으로 늘어
매달 1권씩 책 선정해 읽고 토론
작가 초청 수필강의후 글쓰기도

‘꽃고래 책다방’은 여성들의 독서모임으로 시작했다. 울산으로 이사 온 한 주부가 박정은 수녀의 <사려깊은 수다>를 읽고 읽기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독서모임이다. 책은 매달 1권씩 선정되지만 회원들이 나누는 생각과 책에 대한 애정은 무궁무진하다.

◇읽고, 듣고, 이야기하다

봄을 맞아 본격적으로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는 4월, ‘꽃고래 책다방’ 회원들이 남구의 한 카페에 모였다.

“책 샀어? 구하기 힘들더라.” “도서관에서 빌려서 다 읽고 오늘은 안 들고 왔어요.” 카페 한 쪽에 삼삼오오 모인 회원들이 가장 먼저 꺼낸 주제 역시 책에 대한 것이었다.

간단한 담소 후에는 회원들이 돌아가며 책을 읽고 느낀 감상과 생각하는 바를 풀어놓는다. 정해진 형식 없이 한 명씩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는게 특징이다. 한 사람이 책에 대한 감상과 의견을 제시하는 동안 다른 회원들은 상대 의견을 경청한다. 논의는 한 사람의 발제가 끝날 때마다 이뤄진다.

꽃고래 회원들이 4월의 도서로 선정한 책은 <몽실 언니>를 쓴 동화작가 권정생의 산문집 <빌뱅이 언덕>이다. 이 책은 저자가 등단한 1975년부터 2006년까지 발표한 주요 산문, 자전적 에세이, 단행본에 실리지 않은 시와 동화로 구성됐다. 동화작가로만 알려졌던 권 작가의 생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자훈(여·30)씨는 “1부를 읽는 내내 전쟁 속에서 사람들이 마주해야 했던 현실과 가난,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처참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과 세대차이를 많이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내가 아닌 그들의 시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른 회원들이 책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을 꼽아보라고 하자 그는 이 문장을 낭송했다. “삶이 고달프고 아파서 이야기로 풀어내다보니 동화 작가가 됐다.”

◇시작은 한 사람이, 운영은 다같이

지난 2017년 7명의 여성이 모여 처음 만들어진 꽃고래 책다방은 현재 20~40대 여성 15명과 남성 2명으로 구성돼 있다.

꽃고래라는 이름은 언뜻 들어도 특이하다. 외래어인줄 아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꽃과 고래를 합쳐 만든 이 이름은 꽃처럼 곱고 고래처럼 생명력이 강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울산과 여성을 한 단어 안에 담아낼 수 있어 회원들도 한 번 뜻을 알고 나면 이름에 애착을 가진다고 한다.

울산에 거주 중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책을 통해 여성의 인권과 삶, 사회적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 시작된 이 독서모임은 3년째 접어들어 ‘꽃고래 여성 책다방’과 ‘꽃고래 청년 책다방’으로 세분화 될 만큼 몸집이 불어났다. 이날 모임은 청년들과 함께하는 책다방으로, 나이대 역시 이유경 씨를 제외하곤 전부 20대 청년들이다.

특이한 점은 여성들로 시작한 모임에 남성들도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내비췄단 점이다.

김대군(26)씨는 “지난해에 여성들의 독서회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꽃고래 책다방은 여성에 대한 책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 만큼 참여하면 여러 이슈에 대해 이성 간에 진지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실제로 독서모임 참가 후 남성으로서 접하기 어려운 페미니즘이나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넓게 듣고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꽃고래 독서모임은 책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어간다. 책만 읽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7년에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지원 사업에 선정돼 외부 작가가 수필 강의를 열기도 했고, 강의를 통해 배운 글쓰기로 회원들이 문집을 만들기도 했다.

독서모임을 만들어 3년째 운영 중인 이유경(여·39)씨는 “회원들의 의견에 따라 올해는 독서에 좀 더 집중하기로 했다. 꽃고래 책다방은 회원들이 만들어가는 독서모임으로,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의견이 모여 운영 방향이 된다”며 “세상에 수만 권의 책이 존재하듯, 책을 읽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다양한 독서모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이 캠페인은 울산광역시, 울산시교육청,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이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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