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찬 먹선·짙은 먹향…함께 나누려 합니다”
울산박물관 15일~내달 30일

▲ 운보 ‘태양을 먹은 새’

오세필 태연학원 이사장
소장품 100여점 공개 ‘눈길’
한석봉·김홍도·최북등
조선 중후기서 출발해
허백련·김기창·박래현등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韓미술사 획그은 명작 선봬

울산 최초의 일간지 경상일보가 오는 15일 창간 30주년을 맞는다. 경상일보가 이를 자축하고 시민과 함께하기 위해 ‘寶墨(보묵), 근대미술로 오는 길목’(이하 ‘보묵’)전을 마련한다. 보묵전은 울산박물관 2전시장에서 오는 15일 개막해 6월30일까지 45일간 이어진다.

‘寶墨’(보묵)은 ‘보배로운 묵화’라는 뜻이다. 전시장에 소개 될 작품 모두는 힘찬 먹선과 짙은 먹향으로 조선 중·후기, 일제강점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미술사의 구비마다 획을 그은 작가들의 명작이다.

우선 명필로 이름을 날렸던 한석봉(1543~1605)의 글씨가 소개된다. 책자에 들어있던 작은 작품이지만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그의 글씨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조속 ‘수변 백로도’

중국풍을 벗어나 독특한 한국화풍을 만든 조속(1595~1668)의 ‘수변백로도’를 시작으로 스스로를 호생관이라 칭하며 예술가의 자존심을 지켰던 최북(1712~1785)의 ‘송하한담도’, 풍속화의 대가인 단원 김홍도(1745~?)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영지도’, 최근 보물로 지정된 ‘강산무진도’를 그린 궁중화원 이인문(1745~1821)의 ‘관수도’ 등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작품들로 소개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있다. 조선의 제26대 왕 고종의 왕비로서 일제에 의해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던 명성황후(1851~1895)의 글씨가 소개된다.

붉은 바탕에 정갈하게 써내려간 붓글씨가 명성황후의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준 의친왕 이강(1877~1955)과 한말의 개화사상가 박영효(1861~1939)의 글도 함께 전시된다.

▲ 우향 ‘부엉이’

남도미술의 대가 의제 허백련(1891~1977)의 그림도 있다.

여기에 16세기 후반의 것으로 보이는 분청사기 1점과 18세기 후반으로 추정되는 2점의 백자도 선보인다. 흙과 불을 다루는 선현의 손길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인생의 동반자이자 작가로 같은 길을 걸었던 운보 김기창(1913~2001)과 우향 박래현(1920~1976)의 그림은 근대 이후 한국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운보의 그림은 ‘태양을 먹은 새’ ‘청록산수’ ‘바보화조’ ‘예수생애도’ ‘걸레그림’ 등 그의 작업 연대기를 차례로 보여준다. 또 유럽을 여행하며 그린 스케치와 신문에 연재했던 삽화도 소개된다. 이 역시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유작이다.

운보의 부인이자 화가로서도 그에 못지않은 기량을 갖춘 우향의 그림도 3점이나 선보인다.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은 모두 미술 애호가인 오세필 (사)태연학원 이사장의 소장품이다. 그의 공간인 옥강정(울산시 울주군)에는 귀한 그림과 글씨 등이 소장돼 있고, 이번 전시는 그 중 보배와 같은 100여 점을 선별해 공개하는 것이다.

▲ ‘백자청호운봉문호’

엄주호 경상일보 대표이사는 “옛사람들은 난(蘭)이 아름답고 그윽한 꽃을 피우면 가까운 지인을 초대해 더불어 즐겼다고 한다. 경상일보가 이번 전시회를 마련한 것도 바로 그런 마음이다. 지난 30년 경상일보의 성장을 지켜보아온 시민들과 더불어 좋은 그림의 향기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입장료는 일반 7000원, 할인(단체·학생 등) 4000원.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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